본 기사는 당사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이름과 일부 사실관계를 각색해 작성했습니다.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2020년 8월. 유병환(가명) 팀장은 자신의 주식계좌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주가가 올랐다는 표현으론 부족했다. 말 그대로 폭등이었다. 2020년에는 주가 상승으로 수많은 기업이 상장 후 ‘따상(첫 거래일 공모가 대비 2배로 시초가를 형성하는 의미의 은어)’이 일상이었는데, 유 팀장이 다니던 IT 회사도 이 중 하나였다. 관련기사 <성북동 2억 전세살던 82년생, 10년만에 30억 만든 비법은 [판교 아빠의 서울자가 마련기①]>

공모가는 5만원. 유 팀장도 같은 가격에 자사주에 투자했다. 회사에서 소개해 준 금융기관에서 대출도 받았다. 총 5억원어치 자사주를 취득했는데,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미친 듯이 올랐다. 정확히 한 달 뒤 자사주 가격은 18만원을 넘겨 거의 4배에 육박했다. 주변에는 퇴사하는 동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동료의 퇴사는 주가 폭등과 관련이 있었다. 상법상 임직원은 기업공개(IPO) 이후 1년간 주식을 팔 수 없지만, 회사를 그만두면 주식을 인출해 현금화할 수 있다. 퇴사자가 너무 많아져서 회사가 휘청거리는 수준까지 갔다. 그들은 대부분 다른 직장을 알아보며 집을 샀다고 했다. 통 크게 강남 아파트를 마련했다는 이의 소식도 들려왔다.

부자가 됐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유 팀장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소위 ‘빚투’한 5억은, 15억이 돼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초저금리가 이어지던 시절, 월급 빼고 모든 자산이 급등하던 그때 유 팀장의 집도 5억에서 10억5000만원이 됐다. 떼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때 뭐라도 사야만 했다. 안 그럼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그를 괴롭혔다.

아내는 늘 말했다. “여보, 이 동넨 갈 데가 없어”. 현재 살고 있는 길음역 아파트는 신축이라 좋았지만 언덕이 심하고 상권이 제한됐다. 유 팀장은 갈아탈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크는 아이들을 위한 학군도 고려해야 했다. 가장 먼저 잠실이 떠올랐다.

강남 입성은 그가 늘 꿈꿔오던 바였다. 당시 파크리오 59㎡(이하 전용면적)는 15억원은 물론이고 17억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집을 팔고도 7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더 필요했다. 게다가 34평에 살다가 25평으로 집을 좁혀야 했다. 아이들이 둘인데, 내리기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다음으로 살펴본 곳은 광진구 광장동이었다. 광장동은 강남 접근성이 좋으면서, 학군이 좋고 한강까지 품은 곳이었다. 현대 9차·10차를 보러 갔다. 당시 현대9단지 84㎡의 실거래가는 16억원 수준이었으며, 광장힐스테이트는 59㎡가 16억5000만원이었다.

하지만 구축 아파트는 장벽이 너무 높았다. 주차를 위해선 차를 10대 정도 밀어야 했다. 지하주차장이 좁고 어두웠고,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다. 아내는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러던 중 아내가 물었다. “여보, 고덕동은 어때?” 순환근무를 하던 공무원 아내는 예전에 고덕동에서 홀로 살아봤다고 했다. 당시 강동구는 ‘강남4구’로 불리는 등 집값이 폭등하며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던 참이었다. 학군이 이미 검증된 광장동만큼은 아니지만, 고소득층 전문직 가구가 대거 유입되며 입소문을 탔다. 무엇보다 5호선과 9호선이 다녔다.

직접 가보니 ‘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들었다. 곧 이케아와 같은 편의시설이 고덕비즈밸리에 입주할 예정이라고 했다. 녹지율 47%라 공원이 많고 신축 아파트가 몰려 있어 쾌적했다. 잠실까지 안 막힐 땐 20분대에 도달 가능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곳이었다.

유 팀장 발목 잡은 대출규제…신속하게 움직여 ‘14.9억’ 매물 붙잡아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대출규제였다. 정부는 이전 해에 ‘12·16 대책’으로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전면 금지시켰다. 9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비율(LTV)을 40%에서 20%로 대폭 축소했다. 운 좋게 15억 아래 집을 잡는다 해도 대출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다.

유 팀장은 고민에 빠졌다. 현재 성북구 집을 팔면 약 10억5000만원이 마련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출이 필요했다. 자사주를 모두 팔긴 위험 부담이 있었다.

고덕동에서 KB시세를 기준으로 15억원 미만인 집을 찾아야했다. 그때 고덕 아이파크가 눈에 들어왔다. 해당 아파트 84㎡의 KB시세는 아직 14억9000만원이었다. 시간을 더 지체하면 이 아파트도 15억원을 넘어설 게 분명했다. 당시 정부가 15억 이상 대출금지를 시행하며, 15억원에 못 미치던 아파트들로 수요가 몰리고 가격이 더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유 팀장은 고덕 아이파크를 바로 계약했다. 가격은 15억5000만원. 대출로 중도금을 해결하고, 자사주를 매각해 잔금을 치렀다. ‘상승장’에서 집을 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중개인은 1000만원으로 약속했던 중개비를 올려달라 했고, 이사업체까지 돈을 더 달라고 했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상승장 속에 유 팀장은 끝내 강동구에 입성했다. 그가 매수한 직후 고덕 아이파크는 바로 16억을 넘어섰다.

유 팀장은 가끔 “그때 무리해서 잠실에 갔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당시 고덕아이파크 84㎡와 파크리오 59㎡의 가격은 차이가 2억원도 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8억5000만원 차이가 난다. 그땐 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가기 어렵다. 한 번의 선택이 부의 격차를 벌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매번 최선의 선택을 할 순 없다는 게 유 팀장의 투자 철학이다. 대치동과 목동 등에 비할 건 아니지만 괜찮은 학군을 찾았고, 무엇보다 아내의 만족도가 높다. 올림픽공원이 근처에 있고, 또 한강도 갈 수 있다. 주말에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주식을 또 팔아 ‘다주택자’가 되다

새 집은 좋았지만 늘 행복한 건 아니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고금리가 시작되자, 대출금을 갚기가 벅차기 시작했다. 원리금만 300만원 이상씩 내다보니 부부싸움도 잦아졌다. 유 팀장은 “수년간 옷을 산 기억이 없다”고 했다.

다행인 건 서울 부동산이 폭락하기 시작했지만, 강동구의 하방은 그래도 탄탄했다. 유 팀장은 서울 아파트는 ‘오늘이 가장 싸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던 중 비상계엄이 발발하고, 정권 교체의 조짐이 보였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자산 증식을 경험한 유 팀장은 새 정부가 또 다시 부동산 규제를 적용하기 전에 다주택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유 팀장은 자사주를 처분하기로 했다. 주식은 한 번 오를 때 수익률이 좋았지만, 변동성이 극심해 그를 불안하게 했다. 주식을 처분하고 아직 10억원이 되지 않은 강북권의 구축 아파트를 모색했다. 그의 눈에는 ‘청량리동’이 들어왔다.

동대문 청량리는 서울 동북권의 대표 교통 요지였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초고층 주상복합이 줄지어 들어서고, 주변 16개 정비구역에서 약 1만3000세대의 신규아파트 공급이 예정돼 있었다. 서울의 핵심 축으로 개편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 팀장은 세 낀 매물을 찾아 임장을 다녔다. 약 3억5000만원의 전세가 껴 있는 집을 발견했다. 내 돈 5억원만 있으면 살 수 있었다. 갭 투자를 단행하자마자 새로 들어선 정부는 대출 총액을 6억원으로 제한(6·27 대출규제)하더니, 10월에는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10·15 대책)으로 지정했다. 이젠 갭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유 팀장은 현재 지방의 아파트 시장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부산 해운대 ‘오션뷰’ 아파트를 취득해 3주택자가 되는 게 현재로선 목표다. 다만 그는 “시장이 혼란스럽다”며 “다주택 세제 등을 고려해 아이들이 크면 더 ‘똘똘한 한 채’로 가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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