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대한항공이 고환율·고유가라는 항공업계의 양대 악재 속에서도 강력한 이익 방어 능력을 보이고 있다.
통상 항공사는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유와 기재 리스료 부담이 커지고, 내국인 출국 수요 역시 줄어든다. 특히 유류비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최대 비용 항목인 만큼, 고환율·고유가가 겹치면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다만, 최근 이 같은 리스크는 ‘K-문화’ 열풍에 따른 방한 외국인 관광객 급증과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운송 특수가 맞물리며 상쇄되는 분위기다.
국내 증권가(상상인·iM·하나·KB증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3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4460억~5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분기 평균 항공유가가 배럴당 159달러 선까지 치솟고, 원·달러 환율이 분기 평균 1502원을 기록한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이 높은 방어력을 보여준 배경에는 여객과 화물 양대 축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 문화 즐기러 비싸도 탄다” = 과거 항공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줄고,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인 티켓이나 환승객을 유치하면서 평균 운임(Yield)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정반대다. K-팝, K-푸드, K-뷰티 인기에 힘입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국 여행 선호도가 크게 높아진 덕분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한국 여행 선호도는 2022년 22.1%에서 2025년 32.4%로 뛰었고, 방한 외국인의 1일 평균 지출액은 10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외국인 대상의 ‘해외 발권 항공권’을 굳이 깎아줄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3분기 국제선 여객 운임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7~18% 상승한 142~143원/km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운임 인상에도 불구하고 탑승률(Load Factor)은 85~87%대의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한국 방문 수요가 늘어나면서 해외 발권 항공권의 할인 요인이 줄어들고 있다”며 “고환율 국면에서도 여객 운임이 견조하게 유지되며, 대한항공의 환율 내성이 강해졌다”고 짚었다.
▶“배로 갈 시간 없다” 빅테크發 반도체, 화물칸 싹쓸이 = 화물 부문에서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붐’이 결정적인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AI 서버의 약 56%, 데이터 저장장치의 68%, 메모리칩의 거의 100%가 항공편으로 수송된다.
이들 화물은 충격과 온습도에 매우 민감한 데다,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이 분초를 다투기 때문에 운임이 급등해도 선박 운송으로 대체하기가 어렵다.
AI 투자 관련 화물의 무게당 가치는 기타 화물의 15.3배에 달한다. 항공화물 운임 상승에 대한 고객의 저항 역시 적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에어버스의 공급 차질로, 신규 화물기 도입이 지연되면서 전 세계적인 항공화물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물량은 쏟아지는데 날아갈 비행기가 부족하자 운임 결정권이 항공사로 넘어가고 있다. 대한항공의 3분기 항공화물 운임(Yield)은 전년 대비 25~39% 급등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4분기는 항공화물 성수기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항공화물 수송업자가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여객과 화물의 쌍끌이 호황 속에서 대한항공의 기업가치 재평가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실적 발목을 잡았던 자회사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비용 반영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오는 12월 합병 완료 이후 본격적인 노선·운임 시너지가 예고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예약·운임 체계가 대한항공 수준으로 일원화되는 내년부터 연간 3000억~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 통합 대한항공의 연결 영업이익이 최소 2조1000억원에서 최대 2조7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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