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당사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이름과 일부 사실관계를 각색해 작성했습니다.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30억.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고 있는 유병환(가명) 팀장이 보유한 아파트 자산의 총액이다. 이른바 ‘금수저’로 불리는 자산가로 오해하기 쉽지만, 유 팀장은 신혼생활을 전셋집에서 시작해 다주택자가 된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투자자다. 그에게 어떻게 아파트 두 채를 갖게 됐는지, 약 14년의 일대기를 들었다.
첫 시작은 2억 전셋집…집주인과 사사건건 부딪치다
서울 명문대를 졸업한 유 팀장은 현재 판교의 한 IT 기업에서 관리자 직급으로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지방에서 태어나 서울에 연고가 없는 그는 대학교 내내 학교 후문 앞에서 자취생활을 이어갔다. 졸업을 해도 홀로 서울에서 터를 잡긴 쉽지 않았다. 5평도 안 되는 조그마한 방에서 약 10년을 살았다. 이때부터 내 자식에겐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며 살 수 있는 넓은 집을 주고 싶단 생각을 했다.
유 팀장이 원룸을 벗어난 건 2012년 결혼하면서다. 첫 신혼집은 전세로 구했다. 부부 간의 상의 끝에 선택한 곳은 서울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 1호선과 6호선이 지나는 석계역에 1분이면 닿을 수 있는 초역세권 아파트였다. 84㎡(이하 전용면적) 국민평형에 세입자로 입주하며 난생처음 방이 3개 이상 있는 서울 아파트에 살게 됐다. 당시 집주인과 계약한 전세 보증금은 2억원이었다.
2012년까지만 해도 성북구의 구축 아파트 34평은 매매가도 약 3억원대 수준이었다. 석관동 두산아파트 84㎡ 가격도 3억5000만원으로, 유 팀장이 무리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더 받거나 세를 끼면 충분히 매매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신혼은 시간이 빨리 갔다. 정확히 2년 후 집주인은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구축 아파트에 터무니없는 인상 폭이라 여긴 유 팀장은 다른 전셋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신축이 모여있는 성북구 종암동에 눈이 갔다. 같은 길음역 역세권이지만, 길음동보다 조금 더 쌌다. 그렇게 1억원을 더 얹어 3억 보증금에 종암동의 신축 아파트 래미안에 평수를 좁혀 입주(59㎡)했다.
두 번째 전셋집에서 아이 둘이 태어났지만, 24평은 너무 좁았다. 집주인과의 마찰도 잦아졌다. 에어컨 설치를 위해 벽에 구멍을 뚫는데, 집주인이 “이사 갈 때 원상복구를 하라”며 면박을 줬다. ‘집을 사야겠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부모님이 주신 1억원…처음 산 종암동 ‘신축’은 천국
총 6년의 전세살이가 끝나가던 어느 날, 지방에 사는 부모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용인 수지에서 부모님이 내놓은 집이 팔렸다는 내용이었다. “아들, 용인 집 팔렸는데…1억 줄게, 집 살래?” 부모님은 매각 대금 일부를 유 팀장에게 주고 싶어 했다. 당시에도 1억원이 큰 돈은 아니었지만 유 팀장은 “부모님께 너무 감사했다”고 회상했다. 초등학교에 이미 입학한 첫째 아이의 학교를 옮기고 싶지 않아 같은 단지 아파트를 매매하기로 했다.
유 팀장은 그렇게 2018년, 전세자금 3억원, 부모님이 주신 1억원, 그리고 1억1000만원의 대출을 더해 종암동 래미안 34평을 5억1000만원에 매수했다. 서울에 생긴 첫 ‘내 집’이었다.
처음 집을 샀을 땐, 모든 게 완벽했다. 집에 에어컨을 설치해도, 아이들이 뛰어놀아도 아무도 그에게 뭐라 하는 이가 없었다. 게다가 새 집이었다. 단지 내 조경이 조성돼 있고, 유아방(키즈룸), 도서관 등 단지 내 커뮤니티가 있었다. 유 팀장은 “왜 사람들이 신축 아파트에 목을 매는지 알 거 같았다”고 말했다.
아내가 유모차를 끄는 걸 힘들어 했어요. 또 ‘갈 데가 없다’고 계속 말했어요. 아파트가 산악지대라 눈이 오면 갈 데가 없어 갇히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영원한 천국은 없다고 했던가. 살다 보니 불편한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유 팀장은 종암동 아파트를 떠올리면 언덕길부터 떠오른다고 말한다. 주변이 산으로 이뤄진 종암동 아파트는 언덕이 너무 심해 눈이라도 오는 날엔 집을 나왔다 들어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는 “집 앞 언덕이 너무 심해 결국 차를 바꿨다”며 “처음에는 중고차를 타고 다녔는데, 경사가 얼마나 가파르면 차가 힘을 못 받아서 올라가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열선이 깔려 길이 얼어도 오르기가 조금 나았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매한가지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언덕이 심한 지형의 특징상 비가 오면 물이 쉽게 고였다. 셔틀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빗물이 무릎까지 차 출근버스 안에서 양말과 바지를 말려야 했다. 장마철에는 찝찝함이 일상이었다.
유 팀장은 “길음역까지는 걸어서 10분~15분 정도 소요됐다”며 “초역세권에 사는 동료들이 부럽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육아휴직을 쓰는 아내는 유모차를 끌기 어렵고, 또 상권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도보가 어려워 장을 보기 위해선 차를 타고 이마트에 가야 했다. 길음뉴타운 일대는 미아사거리역 근처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상권이 자리 잡고 있어 안정적인 ‘항아리 상권’으로 불린다.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아도 소비를 해결할 수 있지만, 그만큼 폐쇄적이란 걸 의미하기도 했다. 길음뉴타운 외부 지역은 계속 개발이 늦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5억에 산 집이 10.5억이 됐다…文 폭등기 최대 수혜자
연봉이 높지 않지만, ‘기어서라도 간다’고 생각했죠
그럼에도 유 팀장은 운이 좋았다. 2018년 11.78%(부동산R114 기준), 2019년 5.78%, 2020년 20.48%, 그리고 2021년 19.59%까지.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폭등이 전국, 그리고 수도권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금리가 낮아지자 전반적인 자산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었다. 유 팀장이 5억1000만원에 산 종암동 래미안은 10억5000만원이 됐다. 정확히 두 배가 넘는 상승 폭이었다.
KB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 6억7613만원이던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은 2021년 6월, 3년 반 만에 11억4283만원이 됐다. 69% 상승세다. 유 팀장이 매매를 하지 않았다면 그는 부동산에서 단 1원의 현금도 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집주인과의 마찰로 집을 산 게 배 이상의 자산 증식을 가져다줬다.
유 팀장은 자신이 매매한 주택의 가격이 오른 게 분명 큰 행운이지만, 절대 ‘그냥 오르는 자산은 없다’고 했다. 그가 전세든 매매든 선택한 단지는 모두 역에서 가깝고, 1000세대 이상의 대단지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역세권 대단지’는 그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투자 원칙 중 하나다.
또 과감한 결단력 역시 그가 서울 자가를 가지게 된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자산 증식은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동력, 그리고 가족의 최선을 생각하는 마음이 합쳐진 결과라는 것이다. 이 같은 그의 투자 원칙은 추후 또 다른 투자의 원동력이 된다.
유 팀장은 “당시 월급이 주변 대기업이 아닌 친구들에 비해서는 높았지만 그렇다고 최상위권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며 “자산가의 길은 멀지만 ‘기어서라도 간다’는 철학을 가지고 차근차근 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선택을 해야 했다. 기쁨에 젖을지, 아니면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할지. 그러던 중 공무원이란 직업 탓에 서울 곳곳의 순환근무 경험이 있는 아내가 입을 열었다. “여보, 이번에는 평지로 가자”
다음 편(2월 7일)에선 유 팀장이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를 매수하고, 다주택자가 된 이야기가 이어진다. 소위 ‘강남4구’로 불리는 강동구에 입성한 유 팀장은 어떤 차이를 느꼈을까?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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