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비 인상 폭탄 맞은 ‘공공지원 민간임대’

행정규칙에 매매가 발목 잡혀 울분

정부 행정예고안에 일부 조합·시공사 반발

“공사 증액계약, 건설공사비지수 반영해야”

“매매가격 조정시 조합사업비도 반영 필요”

국토부 “조합 사업비 증액까지 부담은 무리”

[단독] 시공비 폭탄 중산층 임대주택 공급도 세웠다…2만가구 올스톱 위기[부동산360]
[연합]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지난 2016년 공공지원 민간임대(옛 뉴스테이) 구역으로 선정된 수도권의 A정비사업 연계형 사업장은 착공 전부터 사업을 접을 생각을 하고 있다. 1000여가구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당장 올 하반기 착공 예정이었는데, 지난 2017년 최초 계약 당시와 비교해 공사비, 기타사업비가 각각 200%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근 부동산 시세가 올라 임대사업자의 기대 수익은 커지는 반면, 시공사와 조합은 비용 부담만 늘어나는 기이한 구조에서 제도 개선 없이는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이미 많은 조합이 일반 정비사업으로 선회하며 사업이 불발됐는데, 우리도 시간만 날리고 비슷한 전철을 밟을 판”이라고 말했다.

건설 현장의 공사비 상승 폭탄이 이른바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연계형 정비사업을 덮쳤다. 이 사업은 재개발·재건축 등을 통해 지은 주택을 임대사업자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옛 뉴스테이)으로 매수해, 신혼부부·무주택자 등에게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사업이 최초 사업시행인가 시점 시세로 협의된 매매예약 체결금액 그대로 조합과 임대사업자 간에 매매계약을 맺도록 돼 있어, 공사비와 조합 사업비가 늘어도 보전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가 행정규칙 개정에 나섰지만, 조합·시공사 측에서는 이 또한 현실을 따라가지 못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이같은 상황에 처한 사업지의 규모만 2만가구를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공공지원 민간임대 관련 규칙 개정 추진=23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18일까지 ‘정비사업 연계 임대사업자 선정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현행은 정비사업 시행자의 수입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매매 가격이 ‘사업시행계획인가 시점’을 기준으로 결정되고 있다. 즉, 정비사업 시행자는 최초 사업시행인가 기준으로 시세조사를 하고 매매예약을 체결해야 하며, 이 가격 그대로 임대사업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보통 정비사업은 사업시행계획인가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주 및 철거 후 착공까지 5년 넘게 걸리는데, 현행 기준에 따르면 정비사업의 시행자는 미래에 팔아야할 주택의 시세를 5년여 전 가격으로 미리 예약해 팔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사업시행자 측은 매매계약 체결 시점에 시세를 재조사하고 가격을 재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국토부는 공사비 증액 계약 시, 정비사업시행자가 임대사업자와 매매가격 협의 조정이 가능하도록 가격 조정 범위와 절차 등 규정을 마련하고자 개정을 추진했다.

개정안 내용을 보면, 물가 변동으로 공사비가 당초 대비 3% 이상 증액 등 다양한 요건을 충족하면 최초 관리처분계획인가 시점의 인근 공동주택 등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에 시세조사를 의뢰한다. 임대사업자는 주택도시기금 출·융자를 위한 사업 약정을 체결하지 않고, 정비사업 시행자가 시공자와 공사 증액 계약을 체결한 상태임을 전제로 한다.

매입가는 최초 공사 계약금액에 지수조정률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한 일반 분양분에 대한 공사비 증액분만큼 올릴 수 있다. 다만 사업시행자와 우선협상대사자 등이 협의하면 지수조정률을 곱하는 방식은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로 적용할 수 있다.

▶시공사 “증액계약, 건설공사비지수 활용해야”=이에 대해 일부 조합과 시공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개정안에 담긴 한국부동산원에 시세조사를 하기 위한 요건과 관련해, ‘정비사업 공사비의 검증기준’에 규정된 검증 대상으로 정하면 되기 때문에 해당 요건들은 불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시공 현장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개정안에 따라 지수조정률·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한 공사 증액계약 금액 조차도 최근 투입되는 실질적 공사비와 차이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소비자물가지수 대신, 건설공사비지수 변동률을 적용해 해당 범위 내에서 조합과 시공사가 도급금액을 협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시공사 관계자는 “최근 1~2년간 폭등한 원자재가격, 인건비, 금리 등으로 실제 공사비는 건설공사비지수보다 더 많이 올랐는데, 개정안은 실질적인 공사비와 전혀 무관한 소비자물가지수를 고수해 실제 공사비와 괴리가 크다”며 “최근의 개선안으로는 사업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합 “매매가 조정시 사업비도 반영해야”= 아울러 일부 조합은 시세 재조사와 매매가격을 조정할 때, 고금리·집값 상승에 폭등하는 조합 사업비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정안의 계산식은 공사비 외 기타 증가 사업비는 조합만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조합 사업비가 매각 가격에 반영되지 않으면 비례율 하락과 과도한 추가 분담금이 발생해 현금청산자가 급증하고, 관리처분변경인가 총회 의결이 어려워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B조합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정비사업은 일반분양가를 착공 전 시점으로 책정하고 사업비가 부족할 경우 추가부담금을 납부해서 사업을 마무리 하는데 정부가 행정규칙을 통해 조합의 일반분양 수익을 묶어 두고 있다“며 ”임대주택을 짓기 위한 금융비용, 현금청산자 매입비 등 사업비가 조합원에게 전가되어 조합원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현실성 없는 매입가 변경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시세 재조사 시점을 공사비 증액 계약 전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세 재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공사비 증액계약 시, 증액금액 대비 조합 수입과 분담금을 확정할 수 없다. 이에 관리처분총회 통과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 조합사업비와 공사비가 더 늘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현실성 있는 제도 개선안이 나오지 않으면 조합이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을 포기하게 돼 양질의 민간 임대주택 공급도 이뤄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토부는 일부 조합의 요구대로 임대리츠가 조합 사업비 상승분까지 부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반분양분에 대한 공사비 증액분을 (매입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매입하지 않는 조합분에 대한 사업비 증액분까지 부담하는 것은 기금의 안전성 등을 고려할 때 무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조합에서는 사업 시간이 생명인 만큼 (행정예고된 개정안의) 시행이라도 빨리 해 달라는 등 각기 입장이 다른 상황”이라며 “아직 개정안 시행 일자, 원안 확정 여부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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