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임신 직원에 “애비없는 애”·“밥순이”…‘막말’ 복지부 공무원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혼전 임신한 동료 직원에게 ‘애비없는 애를 임신했다’고 말하는 등 동료들에게 수차례 갑질과 폭언을 한 사실이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조사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최근 감사를 통해 소속 A서기관의 갑질과 폭언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결과, A서기관은 식사 준비를 하는 주무관을 ‘밥순이’라고 칭했고, 혼인신고 전 임신한 직원에게는 ‘애비없는 애를 임신했다’고 말했다.

또 업무가 끝난 주무관에게 불필요한 업무를 강요했고, 연봉협상 대상 공무직에게는 ‘급여를 깎겠다’며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A서기관의 이런 비위는 지난 2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B주무관 유족의 신고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드러났다.

유족들은 B주무관이 A서기관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지만, 복지부는 B주무관의 사망과 관련해서는 A서기관과의 직·간접적인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와 별개로 A서기관은 지방 보건소장으로 파견을 가서도 갑질과 비위를 저지른 사실이 국무조정실 조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A서기관은 3회에 걸쳐 냉면 그릇 등에 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을 직원들에게 돌려 마시게 하고, ‘회식자리에서 먼저 자리를 뜨는 사람들 이름 기억해 두겠다’며 술 마시기를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직원에게 세차와 주차를 지시하는 한편 16회에 걸쳐 근무지를 이탈한 것도 드러났다.

그의 보건소장으로서의 비위는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지만, A서기관은 이후 복지부로 복귀해 수도권 공항의 코로나19 이송지원팀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파견 나간 공무원이 다른 기관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복귀했다”며 “복지부는 징계성 인사라고는 하지만 이걸 징계라고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B주무관의 경우 직장 상사의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를 일관되게 말한 것이 진료 상담 기록에서 확인되지만, 복지부는 갑질이 없었다고 판단했다”며 “자살 예방 주무부처가 자살에 대해 무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유족에게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철저하게 조사해 반드시 책임을 묻고 내부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인사혁신처에 A서기관의 중징계를 요청해둔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