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재미교포 배우 스티븐 연(40)이 제75회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면서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계 배우 스티브 연이 16일 화요일 오전 10시(한국시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씨어터에서 열린 제75회 에미상 시상식(Emmy Awards)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성진 감독은 감독상, 작가상에 이어 작품상까지 받았다. 여자 주인공 앨리윙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로써 '성난 사람들'은 5관왕이 됐다.

한국계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계와 아시아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성난 사람들’은 11개 부문 13개 후보로 지명돼 있었다. 영화 ‘미나리’로 잘 알려진 스티븐 연이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해 한국계 작가 겸 감독 이성진이 미니시리즈 감독상과 극본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한국계 배우는 영화 ‘서치’에 출연한 조지프 리도 남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스티브 연은 지난 8일 미국 영화상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로 TV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아 큰 화제를 모은데 이어, 지난 14일 미국 LA에서 열린 제29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성난 사람들’로 TV 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성난 사람들’이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외에도 TV 단막극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앨리 웡)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성난 사람들’은 남우주연상 외에 스티브 연과 호흡을 맞춘 여주인공 앨리 웡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따라서 ‘성난 사람들’은 작품성과 연기 모두 완벽하게 인정받은 셈이다.

한국은 지난 2022년 제74회 에미상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 수상을 비롯해 6관왕에 오른 바 있어 한국계 배우가 2회 연속 에미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성난 사람들’은 할리우드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재미교포 이성진 감독(41)이 일상적인 분노를 소재로 해서 제작된 웰메이드 시리즈물이다.

한국과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들이 주축인 이 드라마는 한국계 노동자인 대니 조(스티븐 연 분)가 마트에서 차를 후진하자 강한 크락션을 울리며 손가락 욕까지 하는 흰색 벤츠 SUV 운전자인 중국계 이민자 에이미(앨리 웡 분)와 시비가 붙어 도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른바 ‘로드 레이지(Road Rage, 도로 위의 분노)’를 코믹 장르속에서 진행하면서도 점점 묵직한 이야기들을 등장시켜, 한국계 미국인이 이주민으로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그들의 미국 사회 적응기가 자연스럽게 묻어나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5살때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이민 간 스티브 연은 2010년부터 시작된 미국 AMC 인기 케이블 드라마로 좀비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린 ‘워킹 데드’의 글렌 리 역으로 유명해졌다. 이창동 감독의 미스터리 영화 ‘버닝’(2018)에서는 정체 불명의 ‘벤’ 역을 잘 소화했고, 2020년 영화 ‘미나리’에서는 한국계 미국 이주민의 감성을 잘 보여준 제이콥 역으로 열연했다.

한편, 에미상은 텔레비전 작품 관계자의 우수한 업적을 평가하여 미국텔레비전 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주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으로 음악계에 그래미상, 영화계에 오스카상, 연극·뮤지컬계에 토니상이 있다면 방송계에는 에미상이 손꼽힌다.

94회 에미상 주역인 황동혁 감독 작품 본 소감 멘트=“안 그래도 ‘성난 사람들’이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성진 감독이 국적은 미국이지만 작품 안에 한국인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문화적 감성과 코드가 안에 녹아있더라”라며 “그런 독특한 지점들이 주류 미국 드라마 시리즈하고 다른 신선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국적·문화·인종을 뛰어넘어 모두에게 사랑받는 문화의 다양성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드라마를 본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