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팝업스토어 '팬덤' 즐기는 체험·전시 인기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에서 차은우 그리고 NCT까지. 유명 아이돌그룹 얘기가 아니다. 백화점의 팝업스토어의 변신의 현주소다.
대표 사례가 지난달 3일 롯데월드몰 1층 팝업 행사장 모습이다. 이날 학생부터 외국인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기 줄이 3층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그룹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 팝업스토어 첫날 열린 팬 사인회에 몰려든 팬들이었다. 행사장 한쪽에 세워진 하얀 벽은 시간이 지나면서 팬들이 남긴 메모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백화점에는 아이돌, 스포츠, 웹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 팝업스토어가 들어서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백화점 팝업스토어는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정식 매장 입점 전에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하지만 요즘은 패션, 명품, 화장품 등 상품을 내세운 브랜드보다 '팬덤'을 즐길 수 있는 팝업스토어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돌 팝업스토어의 반응이 뜨겁다. 10·20대 젊은 고객에게 백화점 문턱을 낮춰준다는 점에서 백화점마다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월드몰에서 올해만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와 에스파, 차은우, NCT 등 아이돌 팝업스토어를 네 차례 진행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9월과 지난 3월 그룹 세븐틴 팝업스토어를 두 차례 열었고 올해 한 번 더 열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에서 지난 2∼3월 버추얼 아이돌 '이세계아이돌', '플레이브', '스텔라이브' 등 세 팀의 릴레이 팝업스토어를 열어 매출 70억원을 거뒀다.
아이돌 뿐 아니다. 백화점에 들어설 것 같지 않은 트로트, 힙합, e-스포츠 등도 팝업스토어를 통해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2월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는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팝업스토어가, 지난해 8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에서는 힙합 음악 탄생 5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형 팝업스토어가 각각 열렸다.
지난해 1월 롯데월드몰에서는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유명 프로 게임단 'T1'이 팝업스토어를 연 데 이어 같은 해 7월 역할수행게임(RPG) '로스트아크'와 노티드월드가 협업한 팝업스토어에는 오픈 전날 밤부터 1000명이 넘는 고객들이 몰렸다.
팝업스토어 종류가 다양해지는 가운데서도 애니메이션, 웹툰 등의 캐릭터를 활용한 팝업스토어 증가세도 눈에 띈다.
각 백화점 주요 점포를 보면 더현대서울 캐릭터 팝업스토어는 2021년 10여개에서 2022년 20여개, 작년 40여개 수준으로 네 배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 5일까지 20여개가 문을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2021년 2개에 불과하던 캐릭터 팝업스토어가 지난해 9개로 대폭 늘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춘식이, 레고, 마일드무무, 스누피, 토이스토리-타이니탄 등 5개 캐릭터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롯데월드몰은 지난해 기준 10개 캐릭터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올해 진행한 포켓몬 팝업스토어는 수원점과 부산 광복점에도 등장했다.
백화점마다 팝업스토어를 위한 전용공간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공간이 아닌 '체험'과 '전시'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18년 업계 최초로 팝업스토어 전용 공간 '더 스테이지'를 마련했다. 1층 뷰티 매장 한가운데에 180㎡(55평) 규모의 공간이 들어섰다. 2021년에는 강남점 센트럴시티 1층에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매표소와 대합실로 쓰이던 공간을 체험·전시형 팝업스토어 특화 공간인 '오픈 스테이지'로 탈바꿈했다.
더현대서울은 지하 2층 지하철 연결통로 입구 쪽 공간서 주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며, 지난 3월에는 5층에 고객 휴게 공간과 팝업스토어를 결합한 730㎡(220평) 규모의 신개념 공간 '에픽서울'을 만들었다.
롯데월드몰 역시 1층에 330㎡(100평) 규모의 공간 '아트리움'을 메인 팝업스토어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주로 1030세대를 타깃으로 한 행사가 열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팝업스토어 진행 방식도 단순 상품 진열에서 벗어나, 포토존을 조성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