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인터뷰
“채권, 하반기부터 나쁘지 않은 성과 기대”
“방향키는 물가…스티키 인플레 좀더 유지”
인도·중국 투자 올해는 중국이 유리
“인도 밸류에이션 부담되는 수준…중국 단기적 매력도”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현재 채권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저가매수로 투자하기 좋은 타이밍이다. 하반기부터는 나쁘지 않은 성과가 기대된다.”
김락 슈로더투자신탁운용 해외운용본부장은 15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채권 매니저 출신인 김 본부장은 2006년 슈로더투자신탁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뒤 현재 국내 주식을 제외한 전통자산 대부분을 다루고 있다. 그는 “큰 틀에서 현재 채권 시장은 금리가 높아 매력도가 높은 시장”이라 진단했다.
개인투자자에게 채권은 주식에 비해 접근성이 낮고 유동성이 제한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지난달 채권 순매수 규모는 역대 최대(4조5273억원)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겁다. 채권금리가 연중 최고치 수준으로 오르자 저가 매수세가 늘어나면서다. 채권금리와 가격은 반비례 관계다.
실제 국내 채권의 주요 지표 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29일 연중 최고치인 3.552%까지 올랐고, 이달 평균 3.462%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은 지난달 말 4.739%까지 오르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는 “채권 시장의 방향키는 물가가 쥐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한 곳이 오르면 다른 곳이 따라 올라오는 순환적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에 ‘스티키’(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경향)하게 가고 있는 만큼, 생각보다 좀더 유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개인이 채권 투자 시 자주 간과하는 부분은 잔존만기(듀레이션)와 환율을 꼽았다. 그는 “쉽게 접근해보면 금리가 1% 오르면 1년물은 1%떨어지는데, 10년물은 10% 떨어진다”며 “듀레이션은 레버러지 같은 효과기 때문에 가격에 그만큼 민감하게 움직여서 장기 채권은 큰 손실이 날 수 있다”고 했다. 해외채권은 환율 변수로 인한 손실 가능성을 지적하며, 직접투자보다는 재간접펀드를 추천했다.
하반기에는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하반기로 가면 완만하게 진정 될 것”이라며 “미국 대선과도 맞물려 경기 부양을 위한 욕구가 생기면서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고 봤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미국 기준금리는 이미 충분한 버퍼를 갖고 있다”며 “하향 안정화되는 속도와 강도에 따라 채권 시장이 얼마나 강하냐 덜 강하느냐 이 정도의 차이일 것 같다”고 했다.
신흥국 투자처로 중국과 인도를 비교해보면, 중국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김 본부장은 “중국의 주가는 바닥권에 가까운데 인도 주가는 굉장한 고점에 가깝다”며 “중국은 밸류에이션이 싸지만, 인도는 비싸다고 할 수준에 와 있다”고 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이 공급망을 인도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인도 증시는 고공성장 했다. 반면 중국 증시는 부동산 침체와 디플레이션 직면, 실업난 및 인구 감소 등이 맞물리며 암흑기를 걸었다
그는 “중국은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이기도 하다보니, 자생적인 경제가 돌고 있어 고립시키려 해도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다”며 “증시가 떨어진 시점인 만큼 단기적으로 보면 중국이 인도보다 상대적으로 더 매력도가 있다. 다른 시장 대비 성과가 아웃퍼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중국과 관계 악화 등 중국을 둘러싼 시장 악재는 현재 모두 반영된 수준이라 진단했다. 다만 중국이 중장기적으로 반등할 것이라 보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 주목할 만한 이머징 시장으로는 라틴과 동유럽을 꼽았다. 최근 브라질 펀드가 고점을 찍은 뒤 차액 실현으로 횡보하고 있지만, 재정 건정성 개선에 힘 입어 긍정적 구조로 변화 중이라고 평가했다. 김 본부장은 “라틴 펀드를 보면 아르헨티나 등 우려스러운 국가 비중이 적은데다 대부분 미국에 상장된 기업들로 구성됐다”며 “브라질의 중심인 라틴 펀드들은 수익률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동유럽은 유럽권 영향을 받으면서 수익률이 높은 수준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