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주축 ‘첫목회’ 이어 전직 의원·지자체장 중심 ‘성찰과 각오’ 출범

“당권주자와 전략적 동맹 가능”…룰 변경 시 ‘키 플레이어’ 활약 전망

당권주자들 연이어 ‘지구당 부활’ 찬성…‘지역정치 활성화법’도 발의

세력화 꾀하는 與 원외 그룹…당권주자들 ‘지구당 부활’ 표심 잡기 [이런정치]
국민의힘 3040세대 모임인 '첫목회' 소속 이재영 간사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연구원 앞에서 총선 패배 원인과 당 수습 방안 등에 대한 끝장 밤샘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원외 인사들이 자발적 세력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3040세대 원외 조직위원장들이 뭉친 ‘첫목회’에 이어 전직 의원·지자체장 등이 주축이 된 ‘성찰과 각오’가 돛을 올렸다. 표면적으로는 총선 참패 이후 당 쇄신을 위한 움직임이지만,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전당대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키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권주자들도 ‘지구당 부활’을 고리로 원외 인사들을 향한 구애를 이어가고 있다.

3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 지역 원외 조직위원장 31명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된 비공개 회의 이후 ‘성찰과 각오’ 모임을 결성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선동 전 의원(서울 도봉을)과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경기 남양주병)이 모임의 간사·부간사를 맡는다. 이밖에 오신환(서울 광진을)·임재훈(경기 안양동안갑) 전 의원과 첫목회 간사인 이재영(강동을) 전 의원 등 기존 정치권 인사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이번 회의에서 원외 인사들의 정치 활동을 지원하는 ‘지구당 부활’에 적극적인 당권주자에 힘을 싣자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다음달 13일 회동을 갖고 추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 인사는 통화에서 “영남 지역주의에 빠져 있는 현역의원들 사이에서 당의 평형수 역할을 하자는 취지”라며 “때가 되면 당권주자와 전략적 동맹을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 같은 원외 조직위원장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총선 지역구 후보로 뛰며 지역조직을 이끈 이들이 전당대회에서 충분한 당심(黨心)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외 조직위원장들이 자체 후보를 세우는 방안도 가능하다. 최근 당 내에서 ‘당원투표 100%’인 전당대회 룰에 민심(일반국민 여론조사)을 반영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단일지도체제와 집단지도체제를 일부 결합한 ‘하이브리드’ 체제를 언급한 점도 이러한 전망을 키우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룰 변경을 전제로 “원외 위원장 164명이 하나의 구심점을 갖고 움직인다면 영남 현역이 움직일 당원 표심과 맞먹을 수 있다”고 했다.

당권주자들은 원외 인사들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 한 전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말했다. 5선 고지에 오른 나경원 의원도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의 원외 경험을 언급하며 “당연히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5선의 윤상현 의원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지역정치활성화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4선의 안철수 의원도 의원 워크숍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역위원장들이 사무실도 내고 후원금도 받을 수 있는 제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편 과거 불법 정치자금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지구당은 2002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사건(차떼기 사건)을 계기로 2004년 법적 폐지됐는데,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강화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난 23일 이재명 대표가 “지구당 부활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21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지낸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참여정치 활성화 3법(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