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지난 업적에 대해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협회 회장 자리에 있는 자신의 처지를 ‘국민 욕받이’라고 칭했다.
정몽규 회장은 26일 발행된 자서전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에서 “누군가 내 임기 도중 이뤄냈던 업적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는 된다고 대답하고 싶다”며 “나는 점수에 상당히 박한 편이라 내가 8점이라고 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라고 밝혔다.
그는 축구협회장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높은 수준의 역량과 도덕성 외 인내심과 참을성을 꼽았다. 그러면서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주요 대회에서 대표팀이 부진하면 온 국민의 원성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란 이유를 밝혔다.
정 회장은 “어느 종목도 국가대표팀 성적이 나쁘다고 회장 퇴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며 “이럴 때마다 축구협회장이나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민욕받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12년 동안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일하면서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였다”며 “잘못된 판단에 대한 질책도 있었고 오해에서 비롯된 공격도 있었다”고 소회했다.
또한 “때로는 아프게 반성한 적도 있었고, 간혹 악의에 찬 왜곡에 서운한 적도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대한축구협회가 승부조작 축구인에 대한 사면을 발표한 이후 3일 만에 번복한 이른바 ‘사면 파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한 뒤 한국 축구를 위해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고 싶었다”며 “과거의 잘못으로 징계받았던 축구인들 가운데 충분히 벌을 받은 이들에게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동참하고 봉사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협회의 사면 결정에 대해서 팬들과 언론이 강하게 반대했다. 반대의 강도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셌다”며 “용서하지 못하는 자는 사랑도 못한다”고 썼다.
그는 “요즘은 아이돌도 학창 시절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퇴출당하는 세상”이라며 “나는 승부조작 사태를 직접 겪었기에 이때의 구체적 정황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막도 알 만큼 알고 있다. 이런 사건의 성격상 완전한 적발과 척결은 있기 힘들다”고 했다.
정 회장은 “결과적으로 사면심사위원회의 판단과 일반 팬들의 눈높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며 “사면을 고민했던 ‘진의’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