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찾아 “보수의 심장, 반도체 심장으로 만들겠다”
박정희 생가 방문·이철우 지사 면담도
‘의정갈등 차별화-금투세 폐지 앞장’도 진행형
‘TK도 흔들’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에 고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43일 만에 처음으로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을 방문했다. 취임 직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띄우며 중도·청년 민심에 호소했던 한 대표가 흔들리는 보수 ‘집토끼’를 잡기 위한 동시 공략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대표는 3일 오후 경북 구미를 찾아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지역 내 반도체 소재·부품 업체를 방문하고, 반도체 산업 현장간담회를 열어 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한 대표는 “구미는 보수의 심장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반도체 산업의 심장’으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국민의힘에 있다”며 당론으로 추진하는 반도체 특별법을 언급했다. 한 대표는 “진짜 필요한 인프라, 원하는 인프라를 한 발이나 반발 앞서 제공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며 “자랑스러운 반도체의 역사를 써온 구미 산단에서 꼭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것을 말로만 할 때가 아니라 실천할 때”라며 “그런 의미에서 제가 당대표가 된 이후에 첫 산단 방문으로 구미를 정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산단 방문 이후 상모동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방명록에는 “박정희 대통령님의 산업화 결단과 실천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선거운동 당시 면담이 불발됐던 이철우 경북지사를 만나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 지원 등을 주제로 비공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여권에서는 7·23 전당대회 선거운동 기간 내내 당 주류인 친윤석열(친윤)계의 견제를 받았던 한 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TK를 방문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 의정갈등 해법을 놓고 대통령실·정부에 대안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던 한 대표가 보수 지지세가 강한 TK를 찾고,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 존재감을 다시 각인시켰다는 해석이다.
특히 한 대표가 취임 이후 금투세 폐지를 앞세운 외연 확장 전략을 강조해 왔던 만큼 이날 방문은 일종의 ‘쌍끌이’ 전략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금투세 폐지는 주식투자에 적극적인 청년층을 포함해 ‘1400만 개미(소액투자자)’가 영향권에 놓인 점, 시행을 주장하는 야권과 선명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공략의 연장선으로 여겨졌다.
한 대표는 이날 구미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국 현장 행보에 나설 예정으로, 조만간 호남 방문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의 한 친한동훈(친한)계 인사는 “(구미 산단 방문은) TK에서도 경제와 관련해 의미가 있는 지역을 찾은 것”이라며 “당대표로서 지역 현장의 민심을 청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의 현장 행보는 TK에서까지 흔들리며 동반 하락하는 최근 당정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전당대회 기간 35%(7월3주)까지 치솟았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30%(8월5주)로 떨어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고). 50%를 웃돌았던 TK 지역 당 지지율도 최근 47%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같은 기간 29%에서 23%로 내렸고, TK 지역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이례적으로 51%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