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지구촌 벼룩시장은…

유럽 19세기부터 벼룩시장 활성화 도시 곳곳서 주말마다 열려

EU 중고품 소매 매출액 11조원 종사 인구는 12만명 추산

미국 창업 인큐베이터 뉴욕 브루클린시장 신선한 음식까지 노점상만 250개

온라인 중고시장도 활성화 전세계 1000여개 도시와 거래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외에서도 중고바람이 거세다. 유럽의 벼룩시장은 재정위기 여파로 현지인의 생활 필수 장터가 됐고, 금융위기와 함께 문을 연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벼룩시장은 5년 만에 중소기업 창업을 위한 인큐베이터로 부상했다.

▶서유럽 재정난에 중고시장 북적=유럽인의 중고품 애용은 역사적으로도 뿌리깊다. 유럽의 벼룩시장은 루터ㆍ칼뱅의 종교개혁이 이후 확산된 근검ㆍ절약정신에 근거한다.

19세기 본격적으로 활성화한 벼룩시장은 프랑스어 ‘Puce’에서 유래했다. ‘Puce’는 ‘벼룩’이라는 뜻 외에 ‘암갈색’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 암갈색의 오래된 가구나 골동품을 파는 데서 ‘마르셰 오 퓌스(벼룩 혹은 암갈색의 시장)’라 부르게 됐고, 이것이 ‘벼룩’의 의미가 강해져 벼룩시장이 됐다.

서유럽 도시 곳곳에는 ‘중고품도 고쳐 쓰면 새것’이라는 의식 속에 주말마다 크고 작은 벼룩시장이 열린다. 유럽연합(EU)의 통계청 유로스타트 자료에 따르면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의 2009년 중고품 소매 매출액은 81억유로(11조7000억원)에 달했다. 중고품 관련 기업은 6만5700개사, 종사 인구는 12만명으로 추산됐다.

프랑스 파리의 3대 벼룩시장인 방브, 생 투앙, 몽트뢰이 시장은 이미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이 중 규모면에서 최대인 생 투앙 벼룩시장은 소규모 중고품을 넘어 거대한 앤티크 갤러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0유로(145만원)를 호가하는 골동품과 미술품, 샹들리에 등이 가득하다.

프랑스인의 중고물품 구입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인의 절반에 가까운 43%가 연간 1905유로(약 280만원)어치 중고물품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프랑스 중고시장은 내년까지 평균 6.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재정난 유럽선 생활 필수장터로…뉴욕선 중기창업 요람으로…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마우어공원의 벼룩시장이 유명하다. 독일어로 ‘장벽’이라는 뜻을 가진 마우어(Mauer) 파크는 독일의 분단시기에 베를린장벽이 세워진 곳이었지만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파는 장소로 진화했다.

매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여는 마우어 벼룩시장에는 옷, 신발, 액세서리는 물론 레코드판, 옛날 신문, 사진, 엽서, 가구 등 없는 것이 없다. 여기서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자리세를 내야 하는데, 1m의 공간에 책상을 준비해 오면 7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뉴욕 브루클린 시장은 중기 창업의 요람=2008년 4월 문을 연 뉴욕 브루클린 벼룩시장은 중기 창업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다.

CNN머니는 “의류와 가구, 명품백에 신선한 음식까지 250개 노점상이 들어서면서 창설 5년 만에 작은 왕국이 됐다”며 “중기 창업을 위한 인큐베이터로 자리매김했다”고 보도했다.

‘브루클린워치’의 데이비드 소코시 사장은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갤러리 사업이 여의치 않자 벼룩시장에서 중고물품 장사를 시작했다.

소코시 사장은 “사업 초기 손님 중 앤티크 시계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들을 공략해 ‘브루클린워치’ 브랜드를 론칭해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로큰롤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창업한 멸치튀김 레스토랑 ‘본초비’는 브루클린 벼룩시장의 대표 레스토랑이다.

재정난 유럽선 생활 필수장터로…뉴욕선 중기창업 요람으로…

본초비의 사장 닐 홀랜드는 “처음에 사람들은 멸치 요리를 보고 의아해하지만, 맛이 있는데다 오메가3 등 건강에 좋은 영양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미국에서는 이베이 클레서파이즈(전신 키지지닷컴)라는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손쉽게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있다. 2007년 론칭한 이베이 클레서파이즈 사이트는 2004년 글로벌 중고시장으로 규모를 넓혔다. 전세계 1000여개 도시와 미국 전역 272개 지역에서 중고 거래의 소통수단이 되고 있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