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ㆍ강대한 인턴기자]“소형아파트를 찾는 고객에게 문자를 넣으려고 합니다. 이런 대출 상품이 어디 있겠어요.”
29일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휴먼시아 아파트1단지 인근 세계로공인 사무실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8ㆍ28 전월세 종합대책’에 연 1%대 저리의 모기지 대출 상품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고객에게 적극 알려 매매를 권하려 하기 때문이다.
김유진 중개사는 “전세 시세와 매매가격 차이가 별로 없어도 사려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금리보다 싼 대출 상품이 나온다니 이젠 움직이지 않겠느냐”며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8ㆍ28 전월세 종합대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연 1~2% 이자로 아파트 매입 자금을 빌려주는 ‘수익공유형’, ‘손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이 시장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집값의 40%(손익공유형)~70%(수익공유형) 금액을 1%대 이자로 빌려준다면 매수세로 돌아서는 전세입자가 늘어날 것이고, 중소형 아파트 중심으로 매매가 늘면서 전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수원 영통구 영통동 대우아파트 입구상가 대신공인 장주경 실장은 “전셋값이 너무 비싸 골치를 앓고 있는 마당에 이런 대출 상품이 등장하면 차라리 집을 사자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며 “급매물이 팔려나가면 상황이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에 새로 나오는 모기지 상품이 3000가구에 한정돼 있지만 시장 파급효과는 꽤 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서울 한 달 주택거래량이 2000~3000건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10월 이후 연말까지 3000가구가 지원된다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 길음뉴타운 온누리공인 김재명 사장은 “이달 말부터 이 지역 중소형 아파트 급매물이 조금씩 팔리고 있다”며 “정부 대책으로 매매시장에 기대감이 커지면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이 6억원 이상 주택이 몰린 서울 강남권으로 넘어가면 찾아보기 힘들다. 6억원 이상 아파트는 1%대 금리로 대출해주는 모기지 대출 대상도 아니고, 추진 계획을 명확히 한 취득세 영구감면 대상에도 제외되는 주택이 많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취득세 영구 인하 세율을 6억원 이하는 1%로, 6억~9억원은 2%로, 9억원 초과는 3%로 확정했다. 따라서 6억원 이하와 9억원 초과는 각각 종전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6억~9억원 취득세율은 원래 2%대였고, 올 상반기 취득세 일시 감면을 적용할 때 1%였기 때문에 체감상 더 오른 것 같다는 게 중개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잠실동 H공인 관계자는 “6억~9억원 아파트가 많은 우리 지역은 취득세율이 그대로고 1%대 금리로 대출받아 살 수 있는 매물도 없다”며 “우리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정책”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10억원 이상 고액 주택이 몰린 지역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이번 대책 가운데 취득세 영구 인하 계획이 솔깃하지만 정부가 이미 추진 중인 사안이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 등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률이 많아 여전히 불확실한 대책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성일 대치동 행운공인 사장은 “강남지역은 이번 정부 대책과는 별다른 상관이 없다”며 “국회에서 취득세 감면 등 관련법을 빨리 통과시켜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가을 전세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동작구 사당동 까치공인 김나연 대표는 “당장 전세물건이 부족한데 이번 대책은 대부분 중장기 대책이어서 올가을 전세난이 잡힐 것 같진 않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전세 공급의 최대 수단인 새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부터 계속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5년까지 수도권 평균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5000가구 수준으로 3만가구를 넘던 2011년 이전보다 매년 5000가구씩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