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와 거리먼 19대 초선의원들의 현주소

존재감 상실‘ 박근혜 키즈들’ 교수·관료 등 전문가 출신 포진 보수적 지방출신·정치경험 전무 친박 장악 지도부아래선 무기력 친노의 대모‘ 한명숙 키즈들’ 당 위기때마다 親盧입장만 대변 비노가 당권잡으면 ‘탈계파 선언’ “특정계파 행동대 역할” 비판도

한쪽은 너무 조용하다. 다른 한쪽은 너무 앞서 나간다. 저주와 분노가 판을 치는 정치판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19대 국회 초선의원들의 현주소다.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역할은 기대할 수 없고, 당내 기득권 세력의 눈치를 보면서 직무유기를 하거나 튀는 행동으로 정치판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다.

▶존재감 상실한 박근혜 키즈들=새누리당은 과거부터 톡톡 튀는 초선의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15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던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현 경기도지사, 그리고 홍준표 현 경남도지사는 당시 초선모임 ‘시월회’를 통해 노동법 날치기를 감행했던 당시 지도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16대와 17대 국회에 입성한 당시 초선의원들은 지금도 당 내 개혁파로 고비 때마다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남경필 의원, 원희룡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18대에서도 그 전통은 이어졌다. 대통령과 그 형님에게까지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민본 21’이 개혁적 초선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성식, 김세연, 황영철, 김성태, 정태근, 홍정욱 등 당시 초선의원들은 청와대 참모진 개편, 세종시 민심 수용, 복지확대 당론 변경 등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19대에서 이 같은 전통은 깨질 위기다. 지난 2012년 비대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정치 신인을 대거 발탁했다. 그 결과 당내 절반이 초선으로 채워질 정도가 됐다. 유명한 대학교수, 전문관료 등 전문가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도 ‘무기력’이란 평가 앞에 자유롭지 못하다. 박 대통령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공천을 받은 점, 또 친박 실세들이 장악한 지도부 아래 구조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또 초선의원 상당수가 보수적인 지방 출신이고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조용한 박근혜 키즈’의 이유로 꼽힌다.

당의 한 재선의원은 “19대 초선들에게는 당내 비판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라며 “지금 그나마 당내 쇄신파 역할을 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모임이 재선들 위주로 돌아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비판했다.

▶친노의 대모 한명숙 키즈들=민주당 의원 중 초선은 전체의 44%인 56명이다. 이들 초선의원들의 입성에는 총선 직전 공천권을 쥐고 있던 한명숙 전 대표의 공로가 크다. “보이지 않는 손” 논란까지 감수하며 관료 출신이나 구 호남계 인사들 자리를 ‘정체성’이 맞는 신인으로 대거 물갈이했다. 이 과정에서 경선 룰도 바람몰이에 유리하게 바꿨다. 이렇게 국회에 입성한 여성 초선의원들, 그리고 친노 성향이 강한 초선들이 ‘한명숙 키즈’인 셈이다.

이들 한명숙 키즈는 당의 위기 때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재야 변호사, 시민운동가, 참여정부 시절 당직자 등이 주축인 이들은 총선과 대선, 그리고 이후 당 위기에서 주로 친노의 입장을 대변했다. 친노가 당권을 잡았을 때는 조용했던 그들이, 비노가 당권을 잡기 직전에는 느닷없는 ‘탈계파 선언’과 ‘독자후보 추대론’을 외쳤다. 대표적인 초선의 줄서기로 해석된다.

최근 정쟁과 민생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탈(脫)친노 성향 민주당 지도부의 전략이 생각만큼 매끄럽지 못한 것에도 이들 한명숙 키즈들의 돌출행동이 한몫하고 있다. ‘귀태 발언’으로 지난 주말 여의도를 얼어붙게 만든 홍익표 의원, 국정원 국조의 난관이 되고 있는 김현ㆍ진선미 의원 모두 한 전 대표가 공천한 초선이자, 친노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최근 정국에 갈등의 빌미를 주고 있는 민주당 내 강경파 초선의원들이 결과적으로는 당 지도부를 흔들고 있는 셈”이라며 “본인들은 겉으로 부정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 계파의 행동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밖에서 봤던 것보다 당내 계파 갈등은 심하다”는 말로 초선의원들의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최정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