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서울시가 도심내 차량 유입을 줄이기 위해 서울 도심의 차로 수를 줄이고 차로 폭을 20~30㎝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제한속도도 함께 조절하는 만큼 차로 폭 축소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특정 차로의 폭 제한은 운전자들에게 위험요소로 작용할수 있으며 자칫 교통체증을 심화시킬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교통량 감축 계획을 세우고 사업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조만간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차로 폭과 수를 줄여 교통량을 개선시키는 방법으로 ‘트래픽 카밍’(Trarric Calmingㆍ교통 정온화 기법)이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차량 통행에 불편함을 야기시켜 운전자가 진입 자체를 기피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문화유적지들이 많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도로를 확충할수 없어 불가피하게 적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방안의 본래 취지는 교통량 감소이며 이외 보행권 강화, 자전거도로 설치 확대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획에 따르면 시는 현행 도심 차로 폭을 현행보다 20~30㎝줄이고 차로 수를 감축하는 방안을 세웠다. 시범 대상은 서울 율곡로, 의주로, 퇴계로 내부 전 차로다. 현재 서울지역 고속도로를 제외한 일반도로의 차로 폭이 도로 종류에 따라 3.0m~3.5m임을 감안하면 차로 폭은 2.7m~3.2m로 좁아지게 되는 셈이다. 관계법상 최소 차로 폭을 2.75m(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규칙ㆍ국토부령 제456호)로 규정돼 있다.
법으로 차로 폭 조정은 차량 속도 조절과 함께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시는 경찰청과 협의해 도로 제한속도도 현행보다 낮춘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 도심 자동차도로의 제한속도는 평균 시속 60㎞다.
시 도시안전실 관계자는 “도로 종류와 위치, 교통량 등을 종합평가해 차로의 폭과 수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차로 폭은 좁아지지만 속도도 줄어드는 만큼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는 올해 말 용역결과가 나오면 최종 검토 후 내년 중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서울시의 계획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운전자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알맹이가 빠져있어 과연 교통량 감축의 실효성이 있겠냐는 분석이다.
최장원 한국도로교통협회 기술국 팀장은 “특정 지역만 차로 폭을 줄이면 운전자들이 당황해 자칫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며 “차로 폭을 줄이는 대신 제한 속도를 낮추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이 많다. 이른 새벽이나 심야의 경우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한국도로학회 도로기술건설위원회 박사는 “차로 폭이 20~30㎝나 줄어들면 버스 등 대형차량이 나란히 가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승용차 간격도 크게 좁아져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교통량 감소는 차로 뿐 아니라 통행료 부과, 교통유발원 제거 등의 방법과 함께 가야하는데 서울시는 차로 수와 폭만 줄이고 있다. 여기에 차량을 우회시킬 우회도로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자칫하다간 되레 교통체증을 심화시킬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