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러브’ 발매 앞둔 80년대 가요스타 이정석
1986년 ‘첫눈이…’ 대학가요제 금상
한땐 美서 사업가로 성공했지만… 음악만이 내 삶의 가장 큰 즐거움
“노래 그 자체로 평가 받고싶다”
“같은 곡을 불러도 어제와 오늘의 무대가 다릅니다. 아무리 붙잡아도 질리지 않는 것이 음악 같아요.”
가수 이정석(45)의 맑고 힘찬 목소리는 80년대의 겨울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추억행 완행열차다. 1986년 대학가요제에서 눈 덮인 풍경을 바라보며 떠나간 연인을 그리는 ‘첫눈이 온다구요’를 부르던 미소년 이정석은 그 자체로 스타였다. ‘첫눈이 온다구요’는 대상을 받은 유열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에 밀려 금상에 머물렀지만, 겨울을 대표하는 곡으로 남았다. 겨울과 봄의 길목에서 이정석이 봄을 닮은 사랑 노래로 다시 대중을 찾아온다. 싱글 ‘러브(Love)’ 발매를 앞둔 이정석을 본사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이정석은 이번 싱글에 타이틀곡 ‘아픈 이별’과 ‘사랑 얘기’ 2곡을 담았다. 1989년 3집의 히트곡 ‘여름날에 추억’부터 함께해온 오랜 친구인 서영진 작곡가의 선율 위에 이정석이 가사를 올렸다. 발라드 ‘아픈 이별’이 들려주는 이정석의 애절한 목소리와 로큰롤 ‘사랑 얘기’의 경쾌한 기타 리프는 7080세대의 감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앨범이 아닌 싱글로 신곡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이정석은 “음악시장이 디지털 싱글 시장 중심으로 재편된 것도 이유지만, 여러 곡이 어정쩡하게 담기는 앨범과는 달리 싱글은 한 곡 한 곡에 정성을 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싱글들을 모아 앨범을 만들면 완성도 높은 앨범이 나올 것이다. 싱글을 앞으로 자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정석은 지난해 미니 앨범 ‘…ing’를, 2007년 정규 7집 ‘친구야’를 발표하는 등 최근에도 꾸준히 음악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중의 기억은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로 한정돼 있다. 90년대 초반 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떠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정석은 “히트곡을 쏟아내며 많은 앨범 판매고를 올렸지만 소속사와 매니저가 인세 등 수입을 제대로 정산하지 않아 손에 쥔 것이 별로 없었다”며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가 들고 사람이 싫어져 미국으로 떠났다”고 회고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보컬과 음악이론을 공부하고 사업을 펼치다가 6년 만에 귀국했다. 그는 “미국에서 사업으로 성공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몇 년 지나니 질리더라”며 “음악은 내게 질리지 않는 유일한 것이고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음악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보컬 트레이닝 강사로 후배 양성에 힘써왔다.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을 뿐 꾸준히 음악과 함께 살아온 셈이다.
이정석은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형인 대학가요제 출신 스타다. 그는 “내지르는 목소리와 음악만 양산되는 것 같다”고 우려하며 “당시 대학가요제엔 솔로, 혼성, 듀엣, 사중창 등 다양한 구성에 다채로운 목소리를 가진 참가자들이 많았는데 요즘 오디션은 점점 개성을 잃어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오래전부터 함께 음악을 해온 동료들과 소극장 공연을 펼쳐보고 싶다”며 “좋은 팝송을 들을 때 누가 부른 노래인지 생각하기보다 노래 그 자체에 집중하듯, 이번 신곡 또한 이정석이 부른 노래가 아닌 노래 그 자체의 매력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