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리 · 폴바셋 등 오가닉 아이스크림 완판행진 고급 이미지 · 차별화된 맛 고객에 어필
초등학교 앞에서 사먹던 새하얀 우유맛 하드의 추억. 초록색과 흰색의 포장지를 서둘러 뜯고 입안에 넣으면 달콤한 우유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다른 아이스크림에 비해 맛이 담백한 우유맛 아이스크림은 성인이 되어서도 가끔 그리운 맛이다. 동전 몇개로 먹을 수 있는 하드에서 천원짜리 지폐 몇장을 건네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부드럽고 진한 우유맛은 중독될 만하다.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우유맛 아이스크림은 진화를 거듭해 최근 유기농 아이스크림 붐을 일으켰다.
꽃샘추위가 찾아온 지난 주말 홍대 소프트리 매장. 바람이 강해 봄옷 차림이 무색해질 정도로 추웠지만 평소 줄서서 먹기로 유명한 매장답게 손님들로 북적였다. 유기농 우유를 원료로 만든 진한 밀크아이스크림을 내세운 소프트리는 매일유업의 상하목장 우유를 사용한다.
“주문 가능한 메뉴 확인하세요”라는 점원의 말에 메뉴판을 보니 ‘Sold out(품절)’이라는 선명한 글자가 눈에 띈다. 소프트리가 곧 벌집아이스크림으로 통할 정도로 대표 메뉴로 자리잡은 허니칩스(4800원)는 품절이 되면 줄을 아무리 서도 못 먹는다는데 이날 오후도 마찬가지였다. 워낙 인기를 끌다보니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주는 벌집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시작해 매장을 늘려가고 있는 소프트리는 이른바 ‘핫(Hot)하다’는 디저트 메뉴가 총집합한 백화점 지하 매장에서도 줄서서 먹는 곳으로 통한다. 롯데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디저트로 이름난 곳을 모두 접수한 소프트리는 이곳에서 월 평균 매출 1억원을 거뜬히 넘기고 있다.
유기농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끌면서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미국 유기농 아이스크림인 오레곤 아이스크림사의 ‘줄리스 유기농 아이스크림’과 ‘알덴스 유기농 아이스크림’도 판매하고 있다. 일부 제품의 경우 영업 전 매진될 정도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름에도 불구하고 디저트 상품군 평균 매출보다 20% 가량 높은 매출 추이를 보이고 있다.
소프트리와 함께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매일유업 계열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폴 바셋이다. 매일유업이 만드는 상하목장의 아이스크림 믹스가 없다면 현재의 유기농 아이스크림 붐도 있기 힘들었다.
폴 바셋은 커피전문점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아이스크림 돌풍 또한 거세다. 지난해 5월 전체 매장으로 아이스크림 판매를 확대한 이후 아이스크림 매출은 월 평균 40% 가량 증가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프리미엄 커피와 고품질의 우유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우유를 활용한 디저트 메뉴를 고민하다 나온 것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메뉴”라며 “유기농 우유라는 안심할 수 있는 원재료와 일반 아이스크림과 차별화된 맛과 고급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폴 바셋은 플레인, 밀크티 기존 2가지 맛에서 올해 3가지 맛을 추가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엠즈씨드는 아이스크림이 큰 인기를 얻자 지난해 10월부터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 식품관에 ‘상하목장 아이스크림’ 테스트 매장도 운영 중이다.
유기농 아이스크림이 유행하면서 요즘에는 눈뜨고 일어나면 유기농 아이스크림 가게가 하나씩 생겨날 정도다. 고급 디저트 열풍 속에 뜬 유기농 아이스크림은 올 여름 본격 성장이 기대된다. 슈니발렌코리아가 운영하는 밀키비 등이 가맹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스타셰프 레이먼 킴도 캐틀앤비라는 유기농 아이스크림 브랜드 런칭 소식을 알렸다.
원조 격인 소프트리를 유사하게 따라한 브랜드도 셀 수 없이 많다. 소프트리 측은 “소프트리를 가장한 미투브랜드가 난립하고 혼동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가맹사업을 하면서 선량한 소비자나 가맹점주가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며 임시 홈페이지까지 개설하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오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