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위기를 맞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뱅크런(은행 대규모 인출사태)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달새 은행에서 빠져나간 돈은 전체 개인 예금의 6%에 달하는 것으로, 내전 위기가 고조될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 등 우크라이나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이 공식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내전 상황을 우려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지난 3월 은행 계좌에서 인출한 돈은 무려 260억흐리브냐(약 2조1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전체 개인 예금의 5.9%에 해당하는 규모로, 개인 예금주 수는 3% 가량 감소했다.

이타르타스통신은 대량의 인출사태가 발생한 이유로 우크라이나 정치적 불안이 점차 확대되면서 흐리브냐화의 가치 하락과도 연관된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정부와 금융권은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금리인상으로 대응했다. 예금주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시중은행들은 예금금리를 19.5%까지 끌어올렸으며 이달 들어선 최대 26%까지 오르기도 했다.블룸버그통신은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유지해오던 기준금리를 현행 6.5%에서 9.5%로 전격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금리인상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아 뱅크런 사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권의 불안과 더불어 은행권에 대한 신뢰 역시 바닥에 떨어졌고, 현금을 집에 보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국민들이 많아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포털사이트 베스티는 예금 만기 이후 은행에 다시 돈을 맡기는 예금주들이 0%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3월 은행 대출도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뱅크런이 지속될 경우 부동산 대출, 차량 대출 프로모션 프로그램 등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이타르타스는 전했다.

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