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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연예톡톡]드라마 ‘지리산’과 과도한 CG의 교훈
엔터테인먼트| 2021-11-13 18:53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조금 지난 일이지만, tvN 15주년 특별기획 ‘지리산’의 초반 과도한 CG가 드라마의 조기안착의 큰 걸림돌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지리산을 지키고 사람을 살리는 ‘레인저’를 통해 미스터리 장르물로 잘 심어놓은 김은희 작가의 이야기가 미처 전개되기도 전에 몰입이 안된다는 반응과 비호감의 반응을 접해야 했기 때문이다.

판타지 영화 ‘신과 함께’나 SF물 ‘승리호’에서 CG를 사용하는 것과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존재하는 지리산 드라마에 CG를 입히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웃음을 주는 예능에서조차도 CG는 조심해야 할 정도다.

외식 사업가 백종원은 “저, 설탕 많이 안 넣어유”라고 하지만, ‘마리텔’에서 설탕 투입 ‘나이야가라 폭포 CG’를 사용한 순간 백종원에게는 설탕 많이 넣는다는 선입견이 붙어 다니게 된다. 재미와 오해 사이에서 시도한 CG, 예능에서도 CG가 이런 영향을 미친다. 하물며 실사 드라마에서 과도한 CG를 사용했으니, 그 뜨악한 반응은 예상했어야 했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지리산 전문가들이 수도 없이 많다. 선조들중에서 최고의 지리산 전문가는 유학자 남명 조식일 것 같다. 퇴계 이황과 같은 해인 1501년 합천에서 태어난 조식은 말년 10년간 천왕봉이 가장 잘보이는 산청군 시천면으로 거처를 옮겨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의병을 일으키게 되는 곽재우, 정인홍 등 제자들을 양성하다 저 세상으로 가셨다.

거기서 만든 시조가 국어책에 실린 “두류산 양단수를~”이다. 지리산 대원사 위쪽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물과 하동쪽에서 활처럼 빠르게 흐르는 시천천이 합쳐지는 지점에서 사는 풍류가 느껴진다. “그 맑은 물에 지리산 그림자가 잠겨있구나”라고 했으니 강을 보고서도 지리산을 감상한 셈이다. 그 정도로 지리산과 천왕봉을 사랑하셨다. 수십번을 천왕봉 정상을 밟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지리산의 사계절의 모습이 어떤지를 다 안다.

아마 조식 선생이 살아 있어 드라마 ‘지리산’을 봤다면 많은 지적질을 했을 것 같다. 비가 많이 와도 그렇게 CG를 한 것처럼 되지 않는다고. 지금도 지리산에는 사진전문가, 환경생태전문가, 동식물전문가, 약초 버섯전문가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많다.

필자가 1989년 '한국의 야생화-백두에서 한라까지'라는 기획물 취재차 지리산에 가 원추리 등을 찍었을 때 각 분야의 지리산 전문가들을 만나고 놀랐던 일이 기억에 남아있다. 따라서 드라마라 해도 지리산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기에 CG 사용도 세심해야 한다.

‘지리산’은 지리산이라고 하는 한국적 소재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스릴 넘치는 구출 장면과 장르를 넘나드는 미스터리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생령이 되어서까지 조난자를 구하고 살인자를 막으려는 강현조(주지훈) 등 캐릭터의 간절함도 있다. ‘킹덤’ 처럼 지역성과 보편성을 아울러 갖추고 있다. 초반 ‘CG 실책’를 했지만, 이야기에 몰입되면 인간의 욕망과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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