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소각 발표후 5.98% ↑

KB금융·노브랜드도 주가상승 효과

네이버·현대百↓, 카카오 소폭올라

증권가 “실적개선·구조개혁이 우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

삼성전자가 주가 급락에 ‘한 수’로 꺼내든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자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의 이번 선택은 2014년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던 것과 비슷하다. 당시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3개월간 주가가 14.5% 상승했다. 지난 15일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6% 가까이 올랐다. 지난 18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 대비 5.98% 오른 5만6700원에 장을 마쳤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는 이유는 주가 부양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다. 지난 10월 KB금융이 밸류업 정책 일환으로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8200억원으로 제시하자 주가는 8% 넘게 올라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KT&G도 지난 7일 기업 가치제고(밸류업) 계획 일환으로 연내 135만주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한다고 밝히자 다음날(8일) 주가가 10.75% 올라 11만9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어지는 상승세로 이달 13일엔 장중 52주 신고가(12만4900원)를 기록하는 등 KT&G 주가는 연초보다 40%가량 올랐다.

증권가는 자사주 매입에 대해 주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단기 주가 반등 재료로는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으며,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자사주 매입은 주가 변동성이 클 때 주주를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어 시장에는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자사주 매입이 곧 주가 반등과 안정세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네이버는 지난 9월 약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한다는 발표에 오히려 주가가 하락, 좀처럼 반등세를 찾지 못하다 지난 8일 3분기 실적 발표에 주가가 10% 이상 급등 후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대백화점과 카카오의 자사주 매입 관련 공시도 주가 부양을 이끌진 못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8일 밸류업 계획을 통해 올 초 자사주 5.0%(124억 규모)를 소각한 데 이어, 현재 보유중인 자사주(8.2%)의 절반인 4.1%를 내년 초 소각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주가는 공시 당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카카오 역시 지난 8월 정신아 대표가 회사 주식 2773주를 1억274만원에 취득한 바 있지만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진 다음 날 8월 14일 카카오 주가는 1.10% 오른 3만6800원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은 소각으로 이어져야 하며 기업 내 성장도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130억원 자사주 매입했지만 소각은 이뤄지지 않아 주가 변동성이 큰 편이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을 위한 방향은 기업으로서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등으로 성장을 일으키거나 성장이 없을 시 주주환원을 택해야 한다”며 “주주환원만으로는 밸류업이 될 수 없어 이 두 가지 조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다만 현재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늦은 감이 있다”며 “임직원인 내부자와 주주인 외부자로 구성된 회사에서는 두 입장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고 짚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자사주 매입보다는 결국 실적이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해 왔다”며 실적 강화를 강조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한국 기업은 임금 인상, 설비투자, 신기술 개발 등 혁신적인 부분들에 경비가 많이 쌓여 경비 절감 효과라든지 M&A 통한 구조 개혁도 같이 이뤄져야”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는 결국 회사의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과 변화”라며 “2010년 이후 843억달러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단행한 인텔은 왜 이렇게 됐는지, 반면 자사주 매입을 거의 하지 않는 TSMC는 왜 이렇게 됐는지 잘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