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 숨통 트려는 전략적 양보 가능성

새 법무장관 인선 지켜봐야할 듯

Trump
맷 게이츠 미국 법무장관 지명자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파격과 밀어붙이기, 속전속결로 요약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인사에 일단 ‘급제동’이 걸렸다.

성매수 및 마약류 복용 의혹을 받아온 트럼프 핵심 측근 맷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가 21일(현지시간) 자진 사퇴하면서다.

법무부 장관 지명과 동시에 논란이 불거진 게이츠의 사퇴는 사실 예측하기 쉽지 않았다.

게이츠 본인은 법무부 장관 지명 직후 하원 윤리위원회의 성매수 관련 조사를 종결시키기 위해 하원의원직을 사퇴하는 등 배수의 진을 쳤다.

역시 친트럼프 성향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은 전날까지 게이츠 관련 윤리위원회 보고서 공개는 관례에 맞지 않는다며 이를 막기 위해 정치력을 적극 활용해왔다.

트럼프 당선인도 이틀 전까지만 해도 ‘게이츠 지명을 재고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단언하며 인사를 강행할 것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인준 여부를 결정할 상원의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게이츠의 대면 설득에도 불구하고 ‘난색’을 표하자 결국 게이츠는 자진 사퇴를 결정해 트럼프 2기가 출범하기도 전에 첫 ‘낙마 인사’로 기록됐다.

게이츠는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탓으로 돌리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등과 함께 트럼프가 지명한 2기 행정부 인사 중 논란이 가장 격심했던 ‘3인방’ 중 한 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다음날인 6일 당선이 확정된 지 보름 남짓인 이날까지 재무장관을 비롯한 일부 경제 분야 요직을 제외한 주요 각료 및 백악관 참모진 인선을 마무리하는 ‘속전속결’식 인사를 해왔다.

충분한 준비시간 없이 집권한 트럼프 행정부 1기(2017∼2021년) 때와 달리 4년의 집권 기간과 백악관을 나온 이후의 재집권 준비기간에 충분한 인재풀을 만들어 놓았기에 가능한 일로 보였다.

그와 동시에 전문성과 경험보다는 ‘충성심’을 최우선시하는 인사를 내정하고는 이를 밀어붙일 대세를 보여 비판적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대선에서 여유 있게 승리하고, 상·하원 다수당 자리마저 차지한 트럼프 당선인이 ‘제왕적 대통령’이 되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논란 소지가 많은 ‘충성파’ 인선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게이츠가 결국 자진 사퇴의 길을 선택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인사와 관련해 ‘신중 행보’로 돌아설지 관심을 끌고 있다.

자진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그 결정이 트럼프 당선인과의 교감 하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일단 트럼프 당선인도 여론 등을 의식해 지명 발표 8일만에 나온 사퇴 의사를 받아들인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인사와 관련해 여론의 반응을 살피는 등 ‘신중모드’로 돌아설지는 개버드 DNI 국장 지명자와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등 다른 논란 인사들의 거취와 후속 인사를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게이츠의 사퇴를 감내한 만큼 다른 인선은 제동을 걸지 말라’는 메시지를 인준 열쇠를 쥔 상원 공화당원들에게 보낸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게이츠에 대해 ‘양보’했으니 다른 인사와 관련해서는 협조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게이츠가 지명됐을 때부터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등은 ‘어차피 낙마할 것을 알면서 관심을 그쪽으로 집중시킴으로써 다른 인사에게 가야 할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함’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애초부터 ‘버릴 카드’로 생각하고 게이츠를 발탁한 것은 아니더라도 조기에 사퇴로 매듭지은 것은 다른 인사들에 대한 인준 가도에 숨통을 트기 위함일 수 있어 보인다.

또한 게이츠의 자리를 대체할 법무부 장관 지명자로 누구를 내세울지도 향후 트럼프의 인사 방향과 국정 운영 기조를 예상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