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전격 사퇴…트럼프 인선 첫 낙마
공화당도 반대 많아 인준 어렵다 판단
트럼프 ‘논란 인사’ 강행 타격…추가 사퇴 여부 주목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2기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 등으로 인준이 불투명해지자 21일(현지시간) 전격 사퇴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새로운 법무장관 후보로 팸 본디(59)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을 지명했다.
게이츠 전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 (법무장관) 인준이 트럼프·밴스 정권 인수의 중요한 과업에 불공평하게 방해가 되고 있다는게 분명하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정치권의 실랑이를 오래 끌면서 불필요하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그래서 나는 법무장관 고려 대상에서 내 이름을 철회하겠다. 트럼프의 법무부는 취임 첫날부터 자리잡고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게이츠 전 의원은 과거 미성년자 성매수와 마약 남용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물론 같은 공화당 내에서도 상원 인준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는 의원 시절 성매수와 마약 사용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았으며 법무장관에 지명되자 지난 13일 곧바로 의원직을 사퇴, 윤리위의 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이후 그가 두 명의 여성에게 성관계의 대가 등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1만달러(약 1400만원) 이상을 송금했다는 보도 등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 커졌고, 공화당과 민주당은 윤리위 조사 보고서 공개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게이츠 전 의원은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의회를 찾아 장관 인준 권한을 지닌 상원 공화당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지난 19일 ‘게이츠 지명을 재고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해 인선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CNN은 게이츠의 사퇴 이유에 대해 그의 인준에 강력히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많으며 윤리위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상원 인준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게이츠가 인준에 필요한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 전했다.
내년 1월 개원하는 제119대 미 의회 상원 의석이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인 상황에서 공화당 의원 4명만 이탈해도 인준이 불가능한데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리사 머카우스키, 수잔 콜린스, 미치 매코널, 존 커티스 등 최소 4명이 게이츠의 인선에 완강히 반대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대립해온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게이츠 사퇴에 대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콜린스 상원의원은 “게이츠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게이츠의 사퇴 발표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그는 매우 잘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가 매우 존중하는 행정부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면서 “맷의 미래는 밝으며 난 그가 할 훌륭한 일을 모두 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무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내각 자리인데 가장 먼저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게이츠의 사퇴로 주요 직책에 논란이 되는 인사를 지명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대처해 온 트럼프 당선인의 인사 방식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아울러 과거 성폭행 의혹에 휩싸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 등 부적격 논란이 일고 있는 다른 지명자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새 법무장관 후보로 20년 가까이 검사로 재직한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을 지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성명에서 본디가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마약류 밀거래를 단속하고, 펜타닐 과용에 따른 사망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녀는 강력범죄에 매우 터프하고, 플로리다의 가족들을 위해 거리를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