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오늘 태국은 아버지를 잃었다. 너무 슬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70년 126일간 재위한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13일, 이 나라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푸미폰은 ‘살아있는 부처’라 불렸다. 정치적으로도 노련했으며, 연중 200일 이상을 지방에서 보낼 정도로 ‘백성’과 가까웠다.
푸미폰의 서거로 그의 ‘생전 재산’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포브스 등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300억달러(33조 9600억원)가량 된다. 슈퍼리치 왕족이었다.
중요한 건 그가 이 천문학적인 부(富)를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외신들은 태국 왕실처럼 기업경영을 잘한 경우도 드물다고 평한다.
물론 모든 왕족들이 푸미폰 가(家)와 같진 않다. 다만 공통점은 있다. 자국 국민 누구보다도 부유하다는 점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쥔 왕족 ‘TOP5’를 꼽아봤다.
5위. 브루나이 왕자 하지 압둘 아짐:자산 50억달러
이 나라는 국토 총 면적이 서울(605㎢) 10배가 채 안 된다(5765㎢). 하지만 많은 것을 가졌다. 특히 국왕과 왕족이 그렇다. 브루나이 부(富)의 원천은 칼리만탄 북부 해저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다. 1929년부터 개발된 이들 자원은 국내총생산(GDP)의 69%, 수출의 98%를 차지한다. 왕실은 무려 이 자원의 93%를 소유한다.
브루나이 왕위 계승 서열 3위 하지 압둘 아짐 왕자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왕족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브루나이 술탄(국왕)의 차남으로 자산은 50억달러(5조 6600억원)다. 그는 언론에 많이 노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브루나이의 ‘플레이보이’로 불린다. 헐리우드리포트 등에 따르면 머라이어 캐리ㆍ소피아 로렌ㆍ재닛 잭슨 등과 자주 어울린다.
2014년에는 미국 영화 ‘유아 낫 유(You’re Not You)’에 투자하기도 했다. 한편 압둘 아짐은 3년 전 그가 주최한 신년파티에서 린제리 로한(30)과의 데이트를 위해 1억원 이상의 돈을 줬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4위. 아부다비 통치자 셰이크 할리파 빈 사예드 알 나얀:자산 180억달러
할리파(68)는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부자 왕족’인 아랍에미리트(UAE) 왕족 만수르(셰이크 만수르 빈 사예드 알 나얀ㆍ46)의 22살 터울 형이다. 아부다비 통치자인 그는 특히 세계 3대 국부펀드로 자산규모 608조원에 달하는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자산규모 93조원의 아부다비투자위원회(ADIC)를 지배하고 있다.
원유매장량 980억배럴(전세계 매장량 6위)을 소유한 아부다비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셈이다. 할리파 개인 자산만 180억달러(20조 3700억원)다.
할리파의 권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828m 높이 빌딩 ‘부르즈 할리파’다. 이 빌딩의 완공 전 이름은 ‘부르즈 두바이’였으나 건설 중 재정환경이 어려워져 두바이는 아부다비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이후 이 빌딩의 이름은 할리파의 이름을 따 ‘부르즈 할리파’로 변경됐다.
알 나얀 가문은 1700년대부터 아부다비를 통치해왔다. 1958년 해저유전이 발굴된 뒤 1970년대 막대한 오일머니를 통해 재산을 축적했다. 알 나얀가의 재산은 1500억달러(170조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3위. 브루나이 왕 하사날 볼키아:자산 200억달러
3위 하사날 볼키아(70)국왕은 앞서 언급한 압둘 아짐의 아버지다. 브루나이에서 국왕은 총리이자, 국방장관이자, 재무장관이다. 입법부와 사법부도 국왕 아래다.
그는 권력만 가진 것이 아니다. 1988년 8월 경제지 포춘은 볼키아를 당시 세계 최대 부호로 꼽았다. 당시 볼키아 국왕의 개인 자산은 250억달러.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508억달러(57조원ㆍ2015 美노동통계국기준)다. 당시 해외매체들은 볼키아 국왕의 부를 “살고 있는 궁전에 방만 1788개다”란 설명으로 대신했다. 에어컨이 달린 이들 방은 볼키아가 사들인 폴로 경기용 아르헨티나 산 조랑말 200마리의 거처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말들은 2000년대 중반에도 한 마리 당 2800만∼6200만원에 달했다. 28년이 지난 지금도 볼키아 국왕의 자산은 200억달러(22조6400억원)로 집계된 상태다.
2010년 이후 그는 전용기를 직접 몰고 다녀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3년 11월에도 그는 대형 전용기를 조종해 미국까지 날아갔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볼키아는 자신의 보잉 747기를 직접 끌고 백악관까지 왔다. 비행기를 스스로 조종하는 유일한 국가수반”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가 몰았던 보잉 747-400기는 비행기 값만 1억달러(1132억원)다. 볼키아는 이 ‘애마’ 내부장식 등에 1억달러를 더 쏟아부었다.
2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알왈리드 빈탈랄 알사우드:자산 231억달러
사우디의 ‘붉은 왕자’ 알왈리드 빈탈랄 알사우드(61)가 2위다. 그의 자산은 231억달러(26조원)에 달한다. 알왈리드는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난 고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Abdullah Bin Abdul Aziz)국왕의 조카다.
그는 초창기 건설 사업과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 이 돈을 바탕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던 사우디 상업은행을 인수해 투자회사 ‘킹덤 홀딩스’를 설립해 애플 등 글로벌기업에 투자했다. 자산은 불어났다. 중동의 미디어 그룹, 엔터테인먼트 그룹에도 투자했다. 모두 혼자 일궈냈다. 그는 사우디의 대표적인 ‘자수성가형’부호로 불린다.
보잉 747과 에어버스 A380 등 개인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알왈리드는 지난해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동 1위. 태국 왕 고(故)푸미폰 아둔야뎃 &아부다비 왕자 ‘만수르’ :자산 300억달러
포브스 등 해외 매체들과 슈퍼리치 팀 등의 집계에 따르면 푸미폰 국왕 자산은 우리 돈 33조9600억원(300억 달러)정도다.
영국 가디언은 “세계 왕가 가운데 태국 왕실처럼 기업 경영까지 잘한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시암은행과 시암시멘트그룹을 두고 하는 말이다.
톰슨로이터 자료에 따르면 시암은행은 태국 2위 기업이다. 시암시멘트는 태국 5위 회사다. 두 회사 모두 태국 왕실이 20세기 초 투자해 설립했으며 증시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푸미폰 국왕은 시암은행의 지분 23%를, 시암시멘트 지분 32%를 보유하고 있다. 푸미폰 국왕의 지분 가치는 10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다. 국왕의 재산 목록엔 대규모 부동산도 들어 있다. 그는 방콕과 지방에 6683만㎡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여의도 면적의 대략 23배 정도 되는 땅이다. 푸미폰 국왕은 또 최고급 호텔 체인 켐핀스키의 지분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미폰과 개인자산 규모로는 아시아 공동 1위인 인물이 있다. 바로 만수르다. 그는 UAE 7개 토후국 중 하나인 아부다비 왕가의 아들이다. UAE 부총리를 맡고 있기도 한 그의 개인자산 또한 약 300억달러로 추산된다. 적어도 ‘곳간 크기’에 있어선 푸미폰과 동급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