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 본인 명의로 되어 있는 건물이나 토지 등을 통해 매달 들어오는 임대료로 생활한다. 우스갯 소리처럼 말하는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공통된 꿈(?)이다. 임대업이다.
그럼, 세계에서 비싸다는 상권에 작은 매장을 하나 소유하면 어떨까. 그 수입을 들여다보니 일을 하지 않고 ‘흥청망청(?)’ 놀기만 해도 될 듯하다.
부동산 컨설팅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발행한 글로벌 리서치 보고서 ‘세계의 주요 번화가(Main Streets Across the World 2015)’에 따르면 명동의 월 평균 임대료는 ㎡당 882달러(100만원)다. 명동에 10평(33㎡) 남짓한 작은 매장 하나만 소유해도 월 임대료로 3000만 원 이상 들어오는 셈이다. 세계에서 월 임대료가 가장 비싼 상권들을 소개한다.
미국 뉴욕 5에비뉴 야경[출처=투어리즘 스팟]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월 임대료를 자랑하는 곳은 미국 뉴욕 5에비뉴(5th Avenue)다. ㎡당 무려 3500달러(397만 7700원)다. 10평짜리 가게 하나면 월 1억 310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이 구역은 뉴욕 49번가에서 60번가사이다. 49번가에 자리 잡은 삭스 핍스 애비뉴 백화점은 맨해튼에서도 최고급이다. 삭스 핍스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도로 양편으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즐비하다. 루이비통ㆍ베르사체ㆍ크리스찬 디올ㆍ불가리ㆍ에르메스 등 우리가 흔히 아는 ‘명품’ 브랜드들이 총집합했다. 잘 꾸며진 매장 쇼윈도는 그달 잡지광고에 등장하는 신상품을 3D로 보는듯한 느낌까지 선사한다.
57번가엔 오드리 헵번 주연의 ‘티파니에서 아침을’ 영화의 주 무대였던 티파니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쇼핑가의 끝자락 58~59번가엔 애플 플래그십 스토어인 ‘큐빅’도 있다. 매년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이곳은 밤샘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뉴욕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가장 번화한 길답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비롯해 트럼프타워ㆍ록펠러센터 등 고층빌딩도 있다. 세계 5대 도서관에 든다는 뉴욕 공립 도서관과 세계 4대 패션 행사인 뉴욕 컬렉션이 개최되는 브라이언트 파크도 5에비뉴에 자리한다.
뉴욕 5에비뉴 뒤를 홍콩의 코즈웨이 베이(Causeway Bay)가 이었다. ㎡당 2399달러(272만 6460원)다. 뉴욕 5에비뉴와 마찬가지로 10평짜리 가게를 하나 소유하면 월 8980만원이 입금된다. 코즈웨이 베이는 홍콩에서도 최고 쇼핑가로 꼽힌다. ‘코즈웨이 베이를 가면 홍콩쇼핑의 절반 이상이 보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쇼핑을 스포츠에 비유한다면, 코즈웨이 베이는 올림픽 게임이다. 비교적 컴팩트하게 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지만, 쇼핑몰과 백화점ㆍ부티크ㆍ시장 등이 끝없이 이어진다. 모두 둘러보려면 하루를 다 쏟아 부어도 부족하다. 홍콩 최대 명품관 리가든스(Lee Gardens)1 & 2와 타임스퀘어에서는 페레가모ㆍ구찌ㆍ크리스찬 디올 등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또 소고백화점에는 중저가 브랜드를, 미로처럼 이어진 베벌리센터와 자딘스 크레센트에는 저가 브랜드를 모아뒀다. 거리마다 쇼핑 컨셉이 다르니 자신이 원하는 컨셉을 정한 후 지하철 출구를 정하라는 관광객들의 팁까지 있을 정도다.
“오 샹젤리제, 오 샹젤리제, 해가 비칠 때나 비가 올 때나, 정오나 자정이나,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샹젤리제에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가수 조 다생의 샹송처럼 샹젤리제(Champs-Élysées)엔 없는 게 없다. 그만큼 상권이 발달했다. 물론 임대료도 하늘을 찌른다. ㎡당 1372달러(255만 9200원)다.
샹젤리제는 개선문이 있는 샤를 드골 광장에서 오벨리스크가 있는 콩코르드 광장에 이르는 1880m 대로다. 파리를 동서로 가르는 중심축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이 인접해 있다. 또 근처엔 하원 건물도 자리 잡고 있다. 말 그대로 권력의 축이다. 19세기 나폴레옹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개선문에서 루브르 박물관과 튈르리 정원으로 이어지는 거리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샹젤리제는 세계 유명 브랜드 매장들이 즐비한 명품의 메카다. 개선문에서 바라보면 왼쪽엔 카르티에ㆍ몽블랑ㆍ푸조ㆍ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있고 오른쪽엔 휴고 보스ㆍ루이비통ㆍ오메가ㆍ도요타 등이 있다. 특히 샹젤리제 루이비통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관광객들의 줄은 프랑스 명품의 파워를 대변한다. 샹젤리제 거리와 이어지는 몽테뉴 거리엔 명품 의류 매장이 들어서 있고 조르주 생크 거리엔 최고급 호텔들이 있다. 이곳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30만명으로 연간 1억명이 넘는다. 다국적 유통 매장들이 샹젤리제 거리 진출을 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 세계적인 패션의 중심지 이탈리아 밀라노, 이곳에선 잠시만 시내를 거닐어도 패션의 도시에 왔음을 느낀다. 거리에 즐비해있는 상점들이 의복과 가방ㆍ신발ㆍ구두ㆍ시계 등 다양한 상품을 진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급스러운 패션을 찾는 이들에게는 ‘몬테 나폴레오네(Monte Napoleone)’가 진리다. 돌체앤가바나ㆍ랑방ㆍ발렌시아가ㆍ셀린느ㆍ구찌ㆍ입생로랑 등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있다. ‘고급’이미지 때문일까. 몬테나폴레오네의 월 임대료는 ㎡당 1035달러(117만 6200원) 선이다.
한편 지난해 10월 몬테나폴레오네에 위치한 한 카페를 차지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명품 그룹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1817년부터 200여년의 역사를 이어온 ‘코바’라는 카페다. 과거 이탈리아 상류층의 대표적인 사교의 장이었다. 임대료가 비싼 거리 중심에, 엄청난 역사까지 자랑하는 이 카페는 우리 돈 5만 5000원정도에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코바는 1987년 패션브랜드 루이비통과 코냑제조사 모엣 헤네시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LVMH 그룹이 인수했다. 셀린느, 펜디, 지방시부터 불가리ㆍ드 비어스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화려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다.
호주 시드니 도심을 화려하게 수놓는 피트 스트리트 몰(Pitt Street Mall)도 임대료가 만만찮다. ㎡당 921달러(105만원)인 이 쇼핑가 길 양옆을 600여개 이상의 백화점과 브랜드샵들이 장식한다. 호주의 양대 백화점인 마이어와 웨스트필드를 비롯해 버버리ㆍ루이비통ㆍ샤넬ㆍ지미추 같은 럭셔리브랜드 명품샵들이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들은 기본이다.
원하는 상품이 없거나 품절된 경우 한 블록만 걸으면 된다. 한 블록 건너편에 또 다른 시드니의 대표 쇼핑몰 퀸 빅토리아 빌딩이 있기 때문이다. 웨스트필드가 21세기형 쇼핑몰이라면 퀸 빅토리아 빌딩은 20세기형 쇼핑몰이다. 1892년 오픈한 이곳은 로마네스크 양식을 기반으로 한 아름다운 건물 자체를 감상하기 위해 오는 이들도 많다.
일본 도쿄의 ‘은화를 만드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긴자는 ㎡당 882달러(100만원)다. 긴자는 1872년 대화재로 잿더미가 된 거리를 재건하면서 일본 최초의 근대화 거리로 탈바꿈했다. 도쿄의 첫 백화점인 미츠코시가 들어선 곳이기도 하다. 긴자는 도쿄에서도 가장 비싼 거리ㆍ상류층의 거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최신 부티크샵과 고급 백화점이 거리를 가득 채운 덕분이다.
한편 최신 건물과 브랜드샵 사이로 100년이 넘는 전통의 점포와 특색 있는 고급 상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긴자만의 고풍스러움과 고상함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그리고, 가장 비싼 임대료에 ‘명동’이 빠질 수 없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땅값이 비싸니 임대료도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월 임대료가 도쿄 긴자와 같다. ㎡당 882달러다.
거대 쇼핑도시를 연상케 한다. 일반적으로 명동 거리는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을지로ㆍ롯데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약 1km 정도의 큰 거리를 말한다. 이곳에는 각종 브랜드매장ㆍ백화점ㆍ보세가게 등이 밀집되어 있다. 유행의 메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의류ㆍ신발ㆍ액세서리 등의 다양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남대문이나 동대문보다는 질이 좋은 브랜드가 많이 모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백화점으로는 롯데백화점ㆍ신세계백화점이 있으며, 명동거리에는 눈스퀘어ㆍ명동밀레오레ㆍ엠플라자와 같은 쇼핑몰이 있다. 각종 브랜드숍은 중앙거리를 비롯해 사이드 골목에 밀집되어 있다.
명동은 오래전부터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했다. 2016년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명동이 차지했을 정도다.
명동에서도 13년째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기록하는 곳이 있다.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네이처리퍼블릭이다. 2012년 재계약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이 땅 주인에게 내기로 한 임대료만 보증금 50억원에 월세 2억 6250만원으로 알려졌다. 월세로만 1년에 30억원 넘게 받을 수 있는 땅인 셈이다.
그러나 건물주를 빼면 가파르게 올라간 임대료를 반길 이는 별로 없다. 독특한 문화가 자리잡은 지역은 외지인의 가세로 월세가 오른다. 감당 안되는 사람은 이주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결국엔 특색없는 곳이 되기도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아울러 점포를 빌리는 값이 올라가면 거기서 파는 물건 가격도 덩달아 비싸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