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헤럴드디자인포럼’ 글로벌 연사 8명 인터뷰] 디자인 구루들“한국 디자인수준 good, 인상적 제품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은 대체로 한국의 디자인 수준이 높고 노력을 많이 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한국 디자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공란’으로 답변을 대신한 디자이너가 적지 않았다. 헤럴드경제가 ‘헤럴드디자인포럼 2016’에 연사로 나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ㆍ최고 경영자(CEO)를 상대로 진행한 사전 인터뷰에서다. 이들은 삼성전자ㆍ현대차ㆍ기아차 등 일부 대기업 제품만 거론했을 뿐이다. 디자이너 구루(Guruㆍ스승 또는 지도자)들은 한국이 기술 분야에 이어 디자인에서도 선두주자로 나서야 한다며 ‘디자인 장관’ 임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억에 남는 한국 디자인은? “삼성 드럼세탁기 애드워시 최고”극찬 ‘2015 옵티마’‘2016 투싼’ ‘갤S7엣지’ 등 삼성·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 제품만 꼽아

디자인 강국 되려면 규모 상관없이 첫단계부터 독창성 입혀야 기관들 각종 프로젝트 좋은 고객될 수 있어 정부내 ‘디자인 장관’ 임명도 대안중 하나

▶한국 디자인 수준은 ‘높음(Good)’=헤럴드경제가 디자이너 구루 8명을 대상으로 ‘국제적 수준에서 볼 때 한국 디자인은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있느냐’고 물은 결과, 절반이 ‘높음(Good)’ 혹은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4명은 응답을 하지 않았다.

[‘2016헤럴드디자인포럼’ 글로벌 연사 8명 인터뷰] 디자인 구루들“한국 디자인수준 good, 인상적 제품은…”

영국에서 활동 중인 패션디자이너 최유돈은 “지금 한국은 패션 뿐만아니라 문화 전반적으로 세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한국 디자인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디자인혁신 컨설팅사 시모어파월 공동창업자인 딕 파월은 삼성전자의 드럼세탁기 ‘WW9000’과 ‘애드워시’를 꼽았다. ‘WW9000’는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프리미엄 제품이다. ‘애드워시’는 세탁이 시작된 이후에도 빠트렸던 양말, 속옷 등을 집어넣을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파월은 특히 애드워시에 대해 “이 제품의 디자인 혁신은 최고”라며 “사람들의 행동을 연구해 필요를 충족시켜줬다”고 평가했다.

전 BMWㆍ애스턴마틴 디자이너였던 헨릭 피스커는 ‘2015 기아 옵티마’, ‘2016 현대 투싼’, ‘삼성전자 갤럭시 S7 엣지’를 언급했다.

하지만 일부 응답자들은 “최근 한국의 흥미로운 몇몇 건축물을 보긴 했는데…”(이탈리아 생활용품 브랜드 알레시의 알베르토 알레시 CEO), “복잡한 활자 디자인을 미적으로 교차시키는 한국의 그래픽 디자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밥 벡슬리 핀터레스트 총괄 제품 디자이너) 등 추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크든 작든 회사는 초기 단계부터 디자인 적용해야=한국의 기술력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많은 기업이 이제는 디자인ㆍ기술ㆍ비즈니스의 융복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등은 여력이 부족해 디자인 융복합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디자이너가 제품 개발 초기부터 관여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2016헤럴드디자인포럼’ 글로벌 연사 8명 인터뷰] 디자인 구루들“한국 디자인수준 good, 인상적 제품은…”

딕 파월은 이에 대해 “좋은 제품은 아주 초기 개발 단계부터 디자인이 관여해야 한다”며 “특히 내구력있는 제품을 만드는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최상단에서부터 디자인이 필요한데, 이는 큰 회사나 작은 회사나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헨릭 피스커도 “내가 함께 일했던 BMW, 포드 모두 디자인이 매우 초기 단계부터 적용됨에 따라 제조ㆍ기술ㆍ디자인이 훌륭하게 통합될 수 있었다”라며 “좋은 디자인은 브랜드를 차별화시켜 소비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하므로 비싼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만일 작은 회사라서 유명한 디자이너를 쓸 수 없다면 작은 디자인 회사에 의뢰하면 된다”며 “경쟁자들과 다른 독창적인 디자인을 얻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대표적 산업디자이너인 로스 러브그로브는 “산업을 이끌만한 능력을 가진 산업 디자이너들도 있다”며 “이 정도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일회성 프로젝트에 대한 권한만 줄 것이 아니라 전략을 짤 때 임원회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디자인 강국이 되기 위한 조언=헨릭 피스커는 “기술 혁명의 리더 중 하나인 한국이 이제 디자인 분야에서 선두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응답자들은 한국이 디자인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로스 러브그로브는 “한국 정도의 국제적인 수준을 갖춘 나라라면 정부가 ‘디자인 장관’을 두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밥 벡슬리는 “어렵지 않다, 디자인을 국민의 최우선으로 여기면 된다”며 “국민들이 보는 모든 것, 경험하는 모든 것, 가진 모든 것, 사용하는 모든 제품들이 더 훌륭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2016헤럴드디자인포럼’ 글로벌 연사 8명 인터뷰] 디자인 구루들“한국 디자인수준 good, 인상적 제품은…”

한 회사ㆍ국가ㆍ문화에서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이미 창의력이 어마어마해져 행동으로 실현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알베르토 알레시는 “중국 축구팀처럼 좋은 유럽 코치를 데려오면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정부의 역할은=디자인 강국이 되기 위해 정부가 할 역할도 작지 않다. 딕 파월은 “정부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한국디자인진흥원 등이 이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밥 벡슬리는 정부가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고객이 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산하 기관들이 교통, 건물 등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가능한 최고 수준의 디자인을 요구하는 방법이 있다”며 “또 교육을 통해 미래의 직업시장에서 새로운 재능이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장하면서 디자인과 디자인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헨릭 피스커 역시 디자인학교나 디자인박물관 설립, 디자인 전시회 개최 등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