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영향…8월 동해안 수온 섭씨 27~29도 -평년비 4~5도 상승…아열대성 어종 바다점령
-패션프루트·멜론 등 재배면적 빠르게 북상중 -온난화에 ‘외래 병해충 창궐’ 농작물 피해 급증 한반도 바다가 끓어오르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바닷물 수온 상승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는 상승 폭이 아주 크다.
8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 수온은 1968년부터 2015년까지 1.11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표층 수온 상승 폭(0.43도)의 2.5배를 넘는다.
특히 올해 장기간 폭염으로 이번달 초 동해안의 수온은 섭씨 27~29도로 평년 24~25보다 4~5도가량 상승했다. 이는 아열대 바다와 맞먹는 수온이다. 이런 수온 변화는 바다 생태계를 바꿔놓고 있다. 바다 생태계뿐만 아니다. 연중 평균기온 상승으로 아열대성 과일과 채소 재배면적이 증가하면서 동남아시아 지역처럼 벼 2모작도 시도되고 있다.
▶한류성 명태 실종, 아열대성 어종 바다 점령= 명태 등 찬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들이 사라지거나 대폭 줄어들고, 아열대 바다에 살던 생물들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워간 지도 오래다. 명태는 1981년 16만5000여t이 잡혔으나 1993년 1만t 미만으로 줄었고, 2008년에는 전혀 잡히지 않아 ‘사라진 어종’으로 기록됐다. 정부는 명태 자원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자연산 어미 1마리에 50만원의 현상금까지 내걸기도 했다. 쥐치도 1986년 32만7000여t이나 잡혔지만, 최근에는 연간 어획량이 2000여t에 불과하다.
반면 난류성 어종은 날로 서식범위를 넓히고 있다. 제주 특산종으로 알려진 자리돔은 독도 부근 해상에서도 나타나고 오분자기는 남해안까지 진출했다. 먼 남쪽 바다까지 나가서 잡았던 참다랑어는 이제 제주도 부근 바다에 대량으로 나타난다.
열대나 아열대 바다에서 사는 해양생물의 출현도 잦아지고 있다. 산호초는 남해는 물론 동해까지 진출했고, 최근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는 맹독을 가진 아열대 생물인 파란고리문어가 발견되기도 했다. 홍상어, 철갑둥어, 청새치, 보라 문어, 꼬리줄나비고기 등과 같은 아열대성 어종들도 동해안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아열대성 채소 재배면적 3년 새 4배 급증= 온난화는 농작물 지도도 바꾸고 있다. 보리 재배의 북방한계선이 올라가고 있고, 온대 과수인 사과는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추세다. 아열대 과수인 감귤과 참다래, 무화과의 재배지는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만 재배됐던 패션프루트는 경북 김천, 구미와 충북 진천으로 확대됐고 아열대성 과일인 멜론은 강원도 양구에서도 재배된다.
국내 열대·아열대 과일 재배면적은 2014년 1345㏊에서 지난해 1406.5㏊로 증가했다. 패션프루트가 0.3㏊에서 44.4㏊로 늘었고, 파인애플은 통계에 없을 정도로 적었다가 4.5㏊로 증가했다. 망고, 키위, 용과, 파파야, 구아바, 바나나 등 품목도 갈수록 다양해진다.
채소의 재배 적지 역시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 현재 기후변화 추세라면 2010년 7449㏊였던 강원도의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2020년 4516㏊, 2050년 256㏊로 급감하고 2090년에는 ‘0’이 된다.
반면, 생소했던 열대·아열대성 채소 재배면적은 2014년 60.5㏊에서 2016년 254.5㏊로 2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하는 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남부지역에서는 벼 2기작이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외래 병해충의 창궐’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몰고 오기도 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5년 2분기에 수입한 농림산물 107만6000건 중 2629건에서 병해충이 나왔다. 이 중 캘리포니아 붉은깍지벌레 등 농림산업과 자연환경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외래 병해충이 나온 농림산물이 1594건(병해충 236종)에 달했다. 외래 병해충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농작물 피해 면적도 급증하고 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