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2년 연속에 자영업자 죽을맛 -폭염까지 덮쳐 물가마저 올라 더 고통 -“형편 감안 차등화 해주면 좋겠는데…”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지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차등화’ 목소리를 드높인 시간. 일산에 위치한 닭갈비집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손님 한명 없이 텅 비어 있다. 자리에 앉자 식당주인은 반갑게 다가와 “오늘 마지막 저녁 손님이네. 비도 오고 장사도 안돼 문 닫고 막 들어가려고 했는데…”라며 주문을 받고 사라진다. 식당 시계를 보니 오후 7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다. “한 테이블 손님 밖에 없으니 직접…”이라며 식당주인은 달궈진 철판에 고기를 구워준다. 그러면서 “장사가 이렇게 안된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신세타령을 한다. 한 자리에서 수십년째 닭갈비집을 운영중인 장모 씨는 올 여름이 최악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인건비가 올라 직원(알바)을 줄이다보니 일이 늘었고 또 폭염과 가뭄이 반복되며 농사를 망친 탓에 천정부지 오른 야채를 들여오는것도 힘들었다며 최근엔 셀프바 야채코너를 정리했다고 했다. 장 씨는 “지금은 주말과 점심시간 때 알바를 쓰고 있는데 최저임금은 계속 오르지, 폭염에 야채값은 껑충 뛰지, 가게 세주고 세금 내고 이것저것 다 퍼주니 들어오는게 없다”며 장사를 접어야겠다고 푸념했다. 장 씨는 “뉴스를 보니까 최저임금 차등화 얘기가 나오던데, 우리같이 장사가 안되는 곳은 최저임금을 내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바로 옆에서 카페를 운영중인 40대 강모 씨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자체는 충분히 찬성한다”며 “다만 업종 등을 고려해 차등 적용하는 것이 올바른 것 아니냐”고 했다. 강 씨는 “사실 올해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라며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인건비로 빠지는데 뭐가 더 남겠냐”고 했다. 그는 “뭐가 됐는 가게 유지를 위해 주말에만 알바를 고용하고 평일에는 혼자 장사를 한다”며 “내년에도 최저임금 인상탓으로 운영이 어려우면 남은 알바생을 아예 없애든지, 폐업을 하던지 고민해야 겠다”고 했다.
바로 옆 매장 앞에는 이미 ‘임대문의’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강 씨는 “옆매장도 우리와 같은 매장이었는데 손님이 줄고 직원들까지 정리하더니 몇주 전에는 매장을 아예 내놨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갈등의 폭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처럼 자영업자들의 비명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임금 부담에 매장 운영이 어려운데다가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직원을 고용할 수도 없는 벼랑끝에 서 있는 상태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처럼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점점 최악의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폐업위기에 처한 자영업자의 상황은 통계치로도 확인된다. 올 하반기 이후에는 자영업자 폐업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 상태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90만명에 달했고 올해에는 최저임금 인상,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폐업 자영업자가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벼랑끝에 내몰린 전국의 소상공인들은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도입을 요구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이 올해 16.4% 올랐는데 내년에도 두자릿수로 오르는 건 감당할 수 없다며 5인 미만 소상공인 사업장에는 최저임금을 차등해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노동계 반발과 업종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최저임금 차등화를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날 집회라는 것을 처음 참가해 봤다는 한 소상공인은 “최저임금이 계속 오르면 우리같은 소상공인들은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며 “그저 안죽고 살아보려고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