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박ㆍ환삼덩굴 등 주변 수목 뒤덮어 광합성 방해 -전체 20% 장악…“자원봉사 활용 대대적 제거해야”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서울 한강공원 자연초지의 약 20%가 생태계 교란식물에 뒤덮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불청객은 10년간 근 3배 느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유지중이다.
2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서울 한강공원 11곳 일대 자연초지 약 320만㎡ 중 약 70만㎡에 생태계 교란식물이 뿌리 내렸다. 21.8% 비율이다. 다만 분포지역에는 갈대ㆍ억새 군락지와 호안 주변 등 일부 녹지도 포함된다. 지난 2008년 조사한 분포면적(약 25만㎡)보다 2.8배 많다.
요주 지역은 강동구 광나루한강공원 고덕ㆍ암사생태공원, 송파구 잠실한강공원 탄천 합류부,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워커힐 부근 등이다. 문제 대상은 가시박, 환삼덩굴, 단풍잎돼지풀 등이다.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은 생태계 교란식물로 환경부 공식 인증도 받았다. 환삼덩굴은 꽃가루 알레르기를 내뿜는 주범으로 관리가 필요하다.
이들 중엔 특히 가시박이 악명 높다.
1980년대 남아메리카에서 물 건너온 식물로, 한줄기에서만 씨앗 2500여개가 맺히는 등 질긴 생명력을 갖고 성장하는 생명체다. 무더위에 강한 이 식물은 제초제와 비슷한 성분을 내뿜으며 주변 식물에게 피해를 준다고 알려져 ‘식물계 황소개구리’로 불리기도 한다. 환삼덩굴, 단풍잎돼지풀도 강한 번식력을 통해 분포지를 늘려 주변 수목의 광합성을 방해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다.
한강사업본부도 처치를 위해 힘쓰고 있다. 다만 인력 대비 손 봐야할 곳이 많아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제거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말도 나온다.
본부는 공원별 인력 6~7명을 요주 지역에 투입한다.
4~11월 중 수시로 집중 제거기간을 두고 뿌리뽑기 등 발생 억제 작업을 한다. 시민을 모아 생태계 교란식물 문제점을 설명하고 함께 제거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최근에는 시민 대상 안내책자도 3만부를 찍었다.
일부 한강공원에선 2013년부터 생태계 교란식물을 없앤 곳 중심으로 수양버들, 느릅나무 등 대체식물을 심는 일도 진행중이다. 재침범이 이뤄지기 전 비교적 유해성이 적은 다른 식물들로 주변을 선점하는 작업이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최선을 다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씨앗까지 없애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대해 한 전문가는 “넓은 지역을 공무원들이 전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교란식물들이 왕성하게 성장하기 전인 5월과 꽃이 피는 8~9월에 학생 자원봉사 등을 활용해 대대적으로 제거해야 성과를 낼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