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에게 4억원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윤장현(69) 전 광주시장이 5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인간 노무현을 지킨다는 생각에 판단을 제대로 못해 바보가 됐다”고 밝혔다.
현재 네팔에 머무는 윤 전 시장은 5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노무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보이스피싱 사기 사건이 보도된 이후 윤 전 시장이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는 본인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피의자’ 신분이 된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부적절해 기자들의 연락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권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 김모(49)에게 네 차례 걸쳐 4억5000만원을 송금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윤 전 시장이 ‘공천 헌금’ 명목으로 돈을 송금한 의도가 짙다고 보고 최근 그를 사기 피해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피의자로 전환했다. 윤 전 시장은 또 김씨의 두 자녀를 각각 광주시 산하기관과 사립학교에 채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로도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윤 전 시장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소명하고 공인으로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며 ‘가짜 권양숙’에게 사기를 당하고 자녀 채용에 관여한 사연을 얘기했다고 한다.
뉴스1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 ‘노 전 대통령의 혼외 자식들이 광주에서 어렵게 지내고 있다. 5억원을 빌려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김씨로부터 받았다. 윤 전 시장이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자 김씨는 경상도 사투리를 흉내내면서 권 여사 행세를 하며 “지인을 보낼 테니 만나보라”고 제의했다고 한다.
윤 전 시장을 찾아간 김씨는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뿐만 아니라 권 여사의 딸인 노정연씨도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윤 전 시장은 “노 전 대통령 혼외자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부들부들 떨렸다. 온몸이 얼어 붙었다. 나라가 뒤집힐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외부에 이같은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되고 ‘인간 노무현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누구와도 이 사안에 대한 상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 전 시장은 이에 거액을 김씨에게 송금하고, 김씨 자녀의 채용을 도왔다고 시인했다. 김씨의 아들(27)은 광주시 산하 김대중컨벤션센터 임시직으로, 딸(30)은 광주 한 사립중학교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다. 딸은 현재 학교에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윤 전 시장은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들이 순천에서 살다가 광주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권 여사 행세를 한 김씨의 말에 속아 ‘인간 노무현’의 아픔을 안아주려는 생각에 확인과 판단을 제대로 못했다”고 했다.
윤 전 시장은 공천을 염두에 두고 거액을 송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연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바보처럼 사기를 당했는데 수사당국이 공천과 연결지어 참담하다”며 “말 못할 상황이라고 몇 개월만 융통해달라고 해서 돈을 보내준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시장은 또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빌려줬다면 ‘흔적’이 남는 은행에서 융자를 받았겠느냐”며 “공당의 공천 과정을 아는 사람은 이런 연결이 말도 안 된다고 사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