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섬유, 대장내 쌓인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제거에 탁월… 가공육·포장음식 등 줄이고 통곡물 섭취 늘리고
기술의 개발로 편리함을 얻은 현대인은 그에 따르는 대가를 치루고 있다. 환경호르몬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 시대 이야기다. 화학물질은 현대생활에서 도저히 떼어낼 수 없지만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연구들은 매년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호르몬은 환경에서 배출된 성분이 몸 안에 들어와 독성뿐 아니라 내분비계 기능을 방해하는 등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환경호르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이 대표적이다. DDT 등의 농약류와 PCB 등 산업용 화학물질, 다이옥신·퓨란 등이 있다. 제2 당뇨병 위험과의 연관성을 밝힌 해외 연구(2010)를 비롯, 최근에는 POPs 농도가 높을 경우 대장암 발생 위험이 3배 커진다는 경북의대 연구도 나왔다. 특히 기름과 수분으로부터 제품을 보호해주는 PFAS(과불화화합물)은 피자ㆍ햄버거등을 싼 종이포장지나 일회용컵, 코팅 프라이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환경호르몬의 심각성은 지금 당장 큰 영향이 없을지라도 장시간 농축시 건강에 위해한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점에 있다. 화학물질의 유통량은 급증하는 반면 관련 정보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또한 우리는 일상에서 노출되는 환경호르몬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다. 분해도 잘 되지 않는다. 과불화옥탄산(PFOA)의 경우 인체에서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은 대략 3~5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화학물질을 모두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화학물질의 사용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독성물질을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하는 식품이 우리 곁에 있다는 점이다. 바로 신선한 식물성 식품에 들어있는 식이섬유이다.
식이섬유 충분히 먹기=식이섬유는 우리 몸에 쌓인 환경호르몬을 밖으로 배출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영양소다. 식이섬유는 POPs 물질에 찰싹 달라붙어 대변으로 배출시킨다. 박현진 영양학 박사이자 어메이징푸드솔루션 대표는 “독소를 빼내려면 대장 내 쌓인 독소 물질을 제거하거나 간을 통해 디톡스를 활성화하는 방법이 있는데 식이섬유소는 첫 번째 작용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불용성식이섬유소는 변의 부피를 증가시키고 장 운동을 활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이섬유는 식물성 식품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특히 현미는 폴리염화비닐(PCB) 오염물질을 혈액속에서 효과적으로 흡착한다는 해외 연구(2005)결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현미밥에 각종 신선한 채소와 올리브유, 들기름 등을 함께 먹어야 환경호르몬 배출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박현진 영양학 박사는 “셀러리나 고구마, 잡곡류등에 식이섬유가 풍부하다”며 “제철인 봄나물을 통해 식이섬유소와 무기질을 함께 섭취하는 것도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없애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권했다.
육식, 가공식품 줄이기=식물성식품과 달리 가공식품이나 통조림, 가공육 등은 환경호르몬 축적을 쉽게 만드는 음식들이다. 특히 동물성 지방에는 생태계에서 잘 분해되지 않은 POPs가 다른 식품에 비해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POPs는 생태계 먹이사슬이 위로 갈수록 축적되며, 지방조직에 축적되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또한 대규모 축산업에서는 전염병예방을 막기위해 항생제를 투여하고, 빠른 성장을 위해 성장촉진제나 호르몬제를 첨가한 사료를 먹이는 경우가 많다. 정자세포의 질을 낮춘다는 연구가 발표된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성분도 가공육에서 검출량이 많이 나온다. 가공육이나 포장된 음식을 줄이고, 가능한 신선한 채소와 통곡물을 직접 조리해 먹으며,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여야 한다.
가능한 유기농으로 구입=살충제나 농약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가장 대표적인 화학성분이다.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가능한 유기농 식품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유기농 농산물’은 3년간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모두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재배한 채소를 뜻하며,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사용한다. 유기농과 헷갈리기 쉬운 ‘무농약’은 농약은 사용하지 않지만, 권장량의 3분의 1 이내로 화학비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육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