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모바일카드와 다른점 없어 30년전 초기 신용카드와 데자뷔 피자·영화표·우유 결제도 가능 재테크 수단 넘어 ‘결제수단’ 변신

블록체인 사진 추가
서울 중구 시청 인근에 위치한 달콤커피 매장에서 기자가 가상화폐 페이코인(PCI)으로 카페라떼를 주문한 후 결제하고 있다.

“벌써 결제가 끝난건가요?”

전국에 240여개 매중을 둔 달콤커피에서 암호화폐 결제가 최초 적용된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시청 인근 한 달콤커피 매장에서 암호화폐 ‘페이코인(PCI)’으로 카페라떼 한 잔을 주문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초면 충분했다.

암호화폐 지갑인 ‘페이 프로토콜 월렛’ 애플리케이션을 열고 지문인식으로 본인인증을 거친 후 생성된 바코드를 결제 포스(POS)에 찍으면 끝이었다. 카페결제 완료창에 뜬 ‘결제 PCI’문구가 없었다면 모바일 카드를 쓴 것인지, 암호화폐를 사용한 것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카페라떼 한잔 가격 4800원이 16.9793944PCI로 결제됐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는 어느 덧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관련기사 2면 투자를 넘어 투기 오명까지 썼던 암호화폐가 단순 재테크 수단에서 벗어나 실제 생할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결제 수단으로 변신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이에 기반한 암호화폐가 일상의 ‘도구’로 자리잡기 시작한 셈이다.

암호화폐 결제가 대중화될 경우 지난해 80조원 규모를 돌파하며 3년새 3배 증가한 간편결제 시장은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0년 5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세계 최초 비트코인을 이용해 피자를 구매한 ‘피자데이’(5월 22일) 탄생 9년 만에 국내서 확산되는 암호화폐 결제시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달콤커피는 주요 결제대행업체 다날의 자회사로 프랜차이즈 매장 최초로 암호화폐 결제를 도입했다. 결제대행 업체 중 처음으로 다날은 자회사 페이코인을 설립해 암호화폐 페이코인을 발행하고 있다.

240여개 달콤매장 중 현재 141개 매장에서 페이코인 결제가 가능하다. 커피 구매 비용은 결제 당시 원화 가치 만큼의 페이코인 시세가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실제 매장에서 만난 권정효(29세)씨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라고 하면 항상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결제로 이용하게 돼 신기하다. 혜택이 더 제공된다면 자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첫 서비스 후 지난달 30일 기준 결제 건수는 약 150건이다. 페이코인은 결제금액의 일정 부분을 암호화폐로 돌려주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보상 포인트는 결제 금액의 약 0.4%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다.

페이코인은 피자데이에 맞춰 오는 22일부터 도미노피자에서도 결제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황용택 페이코인 대표는 “연내 다날의 매장(8만여개) 70%에 해당하는 암호화폐 결제 가맹점을 확보할 것”이라며 “현재 페이코인 외에 글로벌 유력 암호화폐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상형 소셜미디어 포레스팅은 애플리케이션 오픈베타 버전이 공개된 지난달 30일 앱을 설치한 뒤 카카오톡 계정과 연동해 손쉽게 가입할 수 있었다. 기본 언어는 영어로 설정돼 있었고, 본 서비스 시작 전 주요 기능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전반적인 사용자환경(UI)은 인스타그램과 유사해 사용하는 데 금방 익숙해졌다. 게시물 좌측 하단 버튼은 호감을 표시하는 픽(PICK) 기능으로 한번 누를 때마다 0.1베리가 올라갔다. 베리는 보상 포인트로 사용자는 이 베리를 쌓아 실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쿠폰을 결제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직접 포인트를 주고 싶으면 보라색 버튼 ‘슈팅’을 누르면 된다. 실제 포레스팅 앱에는 30종의 모바일쿠폰이 올라와 있었다. 바나나우유는 14베리, 아메리카노는 41베리 등이다. 베리 보상은 픽을 받은 사람(80)과 누른 사람(20) 각각에게 배분돼 제공된다. 픽은 하루 24개로 제한돼 있다.

다만 픽과 함께 ‘좋아요’ 기능이 같이 들어가 있어 픽의 차별성이 부족해 보였다. 아직 베타버전이어서 픽이 활성화되기까지 사용자 확보도 넘어야 할 과제다.

암호화폐 결제 방식이 본격화되면서 과거 신용카드가 도입되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초 신용카드가 처음 사용되던 시기 소비자들은 시큰둥했지만 가맹점이 늘어나고 혜택이 생기면서 주요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였다”며 “암호화폐 결제 가맹점이 늘어나고 소비자가 받게 될 이득이 커질 경우 암호화폐 결제도 조금씩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일ㆍ박세정 기자/killp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