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설명과 달리 영국·일본은 “응축수 중화 뒤 배출” 규정
환경부, 응축수 산도를 먹는 유기산 오렌지주스에 비교하기도
콘덴싱보일러(가정용 저녹스보일러)의 응축수 배출문제로 인해 예산성 보급사업이 원활히 진척되지 않고 있다. 유독성 응축수를 배출할 수 있는 배수관이 마련돼 있지 않은 다세대주택, 단독주택, 노후 아파트의 경우 콘덴싱보일러 설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본지 4일자 보도
이런 데도 정부는 올해 ‘콘덴싱보일러 보급 지원사업’을 확대했다. 올해 계획된 3만대(본예산) 외에 지난달 추경 예산안을 승인받아 올해 27만대를 추가로 지원한다. 콘덴싱보일러를 설치하면 정부(국비 및 지방비)가 20만원을 지원해준다.
환경부는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NOx) 배출이 20ppm으로 낮고, 에너지효율이 일반 보일러에 비해 높다는 점 때문에 콘덴싱보일러를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콘덴싱보일러는 강산성(pH 2.6~4.6)의 응축수를 배출한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 배기가스를 회수해 다시 태우는 과정에서 독한 응축수를 배출하는 탓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선 영국, 일본 등과 달리 응축수를 정화해 하수도로 흘려보내는 장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 따라서 수질오염과 토양오염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환경부는 이런 지적에 대해 “콘덴싱보일러 응축수의 산도는 pH 3.5〜4.0 수준으로 오렌지주스(pH 2.0〜2.3) 수준보다 낮다”고 해명했다. 무기산인 독성 응축수를 먹을 수 있는 유기산 물질인 오렌지주스에 비유한 것이다.
환경부는 또 외국의 규제에 대해서도 “상업용 등 대용량 보일러의 응축수는 중화해서 배출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가정용 보일러의 응축수를 중화해 배출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의 하수는 세탁 등으로 인해 알카리성 성분이 많이 배출돼 콘덴싱보일러 배출 산성물질은 오히려 중화의 기능이 있다”고 밝혔다. 독성 무기산 응축수로 알칼리 수질을 중화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또 환경부 해명과 달리 영국과 일본만 해도 명확한 ‘응축수 처리규정’을 마련,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난방온수협회(HHIC·Heating & Hotwater Industry Council)의 ‘콘덴싱보일러 설치 가이드 1.0판-2018년 10월(Installer Guide:Condensate discharge pipe installation Issue1.0-October 2018)’에서는 보일러 응축수 배출파이프 설치를 사례별로 정리해놓고, 중화제(탄산칼슘 부스러기) 사용을 권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일본 가스석유기기공업회, 전국LP가스협회, 일본LP가스단체협의회 등이 2013년 공동 작성한 ‘응축수 처리규정’이 있다. ‘잠열회수형 고효율 가스급탕기(에코죠즈) 배수의 취급에 대하여’가 그것.
이 규정에서 국토교통성은 ▷콘덴싱 배수는 생활하수관 위치에 붙이고 ▷빗물개통과 같이 하라고 해놓았다. 콘덴싱 응축수의 산도는 통상 pH 3.0인데, 탄산칼슘을 채운 중화기를 통하게 해서 pH 7로 중화시켜서 배출하도록 명시했다. 특히 ‘시공관계자에게 알림’이란 경고문에서는 “드레인 배관은 반드시 배수설비에 접속시켜야 한다. 단독으로 흘려보내면 안된다. 빗물개통에 접속하는 경우는 빗물 모았다가 같이 해야 한다”고 따로 강조하고 있을 정도다.
실제 응축수의 배수관이 요구된다는 이런 제약으로 인해 콘덴싱보일러 보급사업은 저조한 편이다.
서울시의 ‘에너지빈곤층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보급 사업’만 봐도 이 문제에 봉착, 결국 60%는 콘덴싱보일러에 성능이 조금 못 미치는 일반형 저녹스보일러(NOx 배출 20∼40ppm)를 설치하고 있다. 2018년 12월∼2019년 4월 기간 콘덴싱보일러로 총 306대 교체했을 뿐이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