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없는 강경 투쟁, 조기 종료 예고?…노조원들도 회의적
노조 4654명 증원 요구 vs 코레일 1865명…국토부 “인건비 4421억원 증가”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파업이 닷새 만에 종료됐다. 노사 대립의 핵심 쟁점이었던 인력충원 규모는 추후 논의키로 해 추가 파업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에서 일단 봉합된 상태다. 닷새 간 이어진 파업에 시민들의 발은 묶였고 수험장을 향하던 수험생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인력 증원을 하기 위해선 4000억원의 혈세가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는 추산도 나온다.
25일 한국철도(코레일) 등에 따르면 한국철도와 철도노조는 이날 오전 6시 임금 및 현안사항에 잠정 합의했다. 파업은 종료됐고 열차 운행은 26일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된다. 23일 저녁부터 교섭을 재개한 노사 양측은 이틀 밤샘 집중 교섭 끝에 25일 오전 6시 합의에 도달했다. 합의안에는 ▷2019년도 임금 전년 대비 1.8% 인상 ▷인력충원 문제는 철도노사와 국토교통부가 협의 ▷고속철도 통합 운영 방안 건의 ▷저임금 자회사 임금수준 개선 건의 등이 담겼다.
▶동력없는 강경 투쟁, 조기 종료 예고?…노조원들도 회의적=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은 파업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파업 찬성률은 역대 두 번째로 낮았고, 파업과 수능 수시 일정 등이 겹치면서 파업 지지여론도 얻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은 노조원 재적 대비 찬성률 53.88%로 시작됐다. 2003년 6월 52% 찬성률로 강행한 파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찬성률이다. 53.88%는 지난 8월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관련 찬반투표 당시 찬성률 67%보다 13%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일부 조합원들은 파업 자체에 회의적이라는 의견도 숨기지 않았다. 철도 노조원 게시판에 한 조합원은 “쟁의 찬성 54%에서 총파업이라니 무리하는 거 아닌가”라고 썼으며, 또 다른 조합원은 “국민 지지도 못 받은 이번 파업은 백기투항만이 답이다”라며 “(사측이 제시한) 1800명 충원 안이라도 받아라. 아니면 구조조정 당할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수능 수시면접이 파업과 맞물리면서 학부모를 중심으로 파업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파업에 돌입한 20일부터 줄줄이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들의 수시, 논술전형 일정이 잡히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에서 치러지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라는 국가적 행사에, 노조가 파업으로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일었다.
▶결국은 ‘혈세투입’= 노사 양측은 파업 철회에는 합의 했지만, 4조2교대 근무 도입을 위한 인력충원 부분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결론 짓지 못했다. 인력충원에 대한 조정이 원활치 못할 경우 향후 추가 파업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는 의미다.
그간 노사 양측은 3조2교대인 근무방식을 내년부터 4조2교대로 바꾸기로 하면서 필요한 인력충원 규모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번 합의에는 ‘인력충원’문제는 빠졌다. 대신 노사양측은 이달 중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 협의를 추가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간 노조의 요구는 물론, 철도 공사의 건의안 조차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국토부가 입장을 선회할지는 미지수다. 결국에는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문제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1일 “철도노조는 4654명의 인력 증원 요구는 주당 39.3시간의 근로시간을 37시간으로 단축하기 위한 것이다. 인력을 41.4%나 늘리고 인건비도 4421억원 증가시킨다”며 “추가 수익 창출이나 비용 절감 없이 일시에 4000여명의 인력을 증원하는 것은 영업적자 누적 등 재무여건을 악화시키고 운임인상 등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제2차관 역시 “사측이 1865명을 요구했는데 1865명에 대한 근거조차 하나도 없다. 이 방안이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면 현재로서는 검토 자체를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또 “코레일이 작년에 900억원의 영업 적자가 났다. 1800명만 추가해도 매년 3000억원의 적자가 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