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나쉬 쿠마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중국과 함께 세계 최악의 공기질 악명

대기오염 인한 경제적 비용 年 180조

논밭 불지르기·화력발전소 등 문제산적

‘대기 오염과의 전투’ 곳곳에 사각지대

교차로 공기청정기 설치 근본대책 안돼

오염원 자체를 줄이는 노력에 집중해야

에너지 집약적 거대소비사회 변화 절실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사는 사회 전환을

지난해 12월 인도 뉴델리 거리 [출처 AP통신]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대기 오염을 만드는 오염원 자체가 제어되지 않는 한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은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비나쉬 쿠마(사진) 인도 그린피스 선임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19일 헤럴드경제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인도 정부는 여전히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인 실행이 없다”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특히 아동과 노인, 임산부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매년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요원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도 수도 뉴델리가 최악의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지만, 수도권 석탄화력발전소는 저감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여전히 오염물질을 마구 뿜어내고 있다”라며 “수도권 11개 석탄화력발전소 가운데 단 한 곳만 환경 규정대로 오염물질 저감장치를 갖춘 상태”라고 비판했다.

아비나쉬 쿠마 인도 그린피스 선임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미세먼지 지옥’, 인도에선 일상이 됐다 = 인도의 대기 오염은 중국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에 발표한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연간 100만 명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한다. 이는 중국(180만 명)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다. 전인도의학연구소는 인도인 8명 중의 1명이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라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지난해 1월 세계적인 의학저널인 란셋지에 발표했다.

이뿐만 아니다. 대기 오염으로 인한 인도의 경제적 비용은 연간 180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안은 미비하다. 아비나쉬 선임 캠페이너는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고자 하는 꿈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라며 “엄청난 양의 대기 오염원을 제거하려는 인도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 환경부는 수도권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2017년 12월까지 탈황설비(FGDP) 등 저감장치를 갖추라고 지시하면서도 마감시한을 지난해 말로 연기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인도 정부가 ‘대기 오염과의 전투’를 위해 만든 조직인 국가 청정 대기 프로그램(NCAP)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전국 122개의 주요 도시의 공기 질을 감시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2024년까지 PM 2.5, PM 10 농도를 2017년 대비 20~30%까지 감축하는 것이 이 조직의 최종 목표다. 그러나 아비나쉬 선임 캠페이너는 “대기 오염에 심각하게 노출된 116개 도시가 아예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인도 정부가 뉴델리 내 주요 교차로에 대형 공기청정기를 시범 설치한 데 대해서도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무차별적으로 수도권 대기를 오염시키는 다양한 오염원 자체를 줄이기 위한 지속가능한 대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월 뉴델리에 처음 설치된 해당 공기청정기가 장소 주변은 정화할 수 있으나 근본적인 도시 스모그 방지 대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 1월 3일 인도 델리에 세워진 첫번째 공기청정기 [indiatimes.com]

▶석탄 화력이 주된 오염원…들녘 태우는 풍습도 한몫 = 인도가 ‘대기오염’의 대명사가 된 데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먼저 인도가 농업국가라는 점이 꼽힌다. 인도 농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8%, 고용의 4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문제는 해마다 추수가 마무리되는 11월부터 중·하순 시작되는 파종기까지 이듬해 농사를 위해 논밭에 마구 불을 지르는 풍습이 전국적으로 행해진다는 점이다.

이 기간에는 숨쉬기조차 어려울 만큼 매캐한 연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고 엄청난 재가 발생하는데, 이때 발생한 초미세먼지와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가 호흡기와 심폐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여기에 경후차 등 낙후된 인도의 교통수단, 건설 ‘붐’이 일고 있는 공사 현장, 저감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석탄화력발전소, 나무나 숯을 주로 소각해 요리하는 문화 등이 인도의 대기 오염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아비니쉬 선임 캠페이너는 “인도의 대기 오염 문제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일관적”이라며 “이러한 다양한 오염원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2차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를 생성하는 등 대기 오염 문제를 더욱 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도 전국이 공중보건 비상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도는 지난해 11월 초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1000㎍/㎥를 넘나들었다. 새해인 지난 1일에도 뉴델리의 PM 2.5 농도는 한때 500∼600㎍/㎥ 수준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일평균 PM 2.5 농도의 안전 기준은 25㎍/㎥다.

▶“석탄화력발전소 억제 없이 기후 변화 대책 없다” = 인도의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후약방문식’ 관리가 아닌, 오염원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정책의 논리(로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게 아비니쉬 선임 캠페이너의 일관된 설명이다.

특히 아비니쉬 선임 캠페이너는 대기 오염으로 인한 인도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막대하다 보니,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저렴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정 시기에 이르면 석탄화력 발전과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서로 역전되는 구간에 들어선다”라며 “석탄화력 발전이 경제적이라는 논리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집약적인 ‘거대 소비사회’는 변화해야 한다”라며 정부의 강력한 석탄화력 배출 규제, 재생에너지 산업구조 전환, 경유차 제한, 대중교통 구축 및 자전거 이용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장의 관성에 매몰되지 않고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사회로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곳을 다음 세대와 나누어 써야 하니까요.” 그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수차례 호소했던 내용은 다름 아닌 “지속가능한 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