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사회적 안전망 강화돼…규제완화 즉각중단해야”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사고 위험성이 높은 화확물질을 규제하는 ‘화평법’과 ‘화관법’ 시행 5년만에 국내 화학사고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연도별 화학사고 발생 건수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평법·화관법’ 시행 5년 만에 화학사고 절반으로 줄었다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 현장 [헤럴드DB]

21일 환경운동연합이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의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icis.me.go.kr)과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화학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시행 직후인 2015년 113건의 화학사고가 발생했으나, 2019년에는 57건으로 50% 이하로 대폭 감소했다.

또한, 화학사고는 법 시행 이후 매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13건이었던 화학 사고가 2017년 79건, 2018년 66건, 2019년 57건으로 줄어들었다.

가장 많이 발생한 화학사고 원인 물질은 염산(염화수소)과 암모니아였다. 환경운동연합이 화학사고가 공식적으로 집계된 2014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건 이상 누출된 화학물질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횟수로 누출된 화학물질은 염산과 암모니아였다. 전체 화학사고 발생 건수 중 각 11%(59건)를 차지했다.

강산성인 염산은 피부에 직접 닿을시 심한 손상을 일으키며, 흡입 시 호흡기 점막 손상이나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유독물질이다. 암모니아는 강한 염기성을 띠며 부식성을 가지는 유해화학물질로 공기와 섞이면 화재와 폭발을 일으킨다.

지난 2018년 울산 한화케미칼 2공장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되어 근로자 19명이 부상을 입었고, 2015년에는 전남 여수해양조선소의 암모니아 누출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염산과 암모니아 다음으로는 질산 9%(48건), 황산 8%(40건), 톨루엔(17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학사고 원인 물질 중 약 33%(약 120종)는 사고대비물질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대비물질’은 급성독성·폭발성 등이 강해 화학사고 대비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물질로 현재 97종(환경부 고시 제2017-107호)이 지정돼 있다.

환경부는 2030년까지 140종 사고대비물질을 지정하겠다고 밝혔으나, 2017년 이후 현재까지 새롭게 추가된 사고대비물질은 없다. 이와 관련해 사고대비물질로 지정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검토와 화학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환경부의 대책과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5년 동안의 화학사고 감소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와 구미 불산 누출사고를 계기로 제정된 화학물질 안전규제인 ‘화평법’과 ‘화관법’이 2015년 본격적으로 시행된 덕분이다. 법 시행 이전에는 정부 차원에서 화학 사고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화학사고가 발생해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후관리 시스템도 부재했다. 그러나, 2015년 본격적으로 법이 시행되면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화학물질 및 화학 사고의 안전관리가 가능하게 됐고, 화학물질 취급시설 안전기준 강화를 통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요소를 기업이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단체들이 화평법과 화관법이 산업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이라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 또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인허가 패스트트랙 품목 확대 및 취급시설 변경 등을 우선 시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 강홍구 활동가는 “화평법과 화관법은 구미 불산 사고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대형 화학사고 이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며 “실제로 법시행 이후 화학 사고 발생 건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만큼, 정부와 경제단체들은 화학물질 안전망의 근간을 흔드는 규제 완화 주장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