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임기 내 6%p, 박근혜 정부 3%p 올려
건전성 악화 조건 산재…4차 추경·세수 악화·성장률 저하
“OECD 권고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선 안돼”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문재인 정부는 국가채무비율 상승 속도는 외면한 채 다른 선진국들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재정이 '양호'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까지 오를 전망이다. 연내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빌려온 돈이 반영된 수치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시작 당시 국가채무비율이 36.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기 3년새 무려 7.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아직 두 차례의 예산 편성 기회가 남았지만 이미 이전 정부의 부채 상승률을 넘어섰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동안 국가채무비율을 5.8%포인트, 박근혜 정부는 3.4%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문 정부의 임기 말에는 국가채무비율이 50%를 육박, 임기 내 증가율이 10%포인트 이상 기록할 전망이다. 우선 올해 마이너스 성장(-1~-2%)을 기록하면 분모인 GDP가 줄어, 실제 결산시 국가채무비율은 45%에 근접한 수준로 올라간다.
지출 측면에선 4차 추경 변수가 남아있다. 더불어민주당은 4차 추경을 편성해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은 9% 안팎으로 늘릴 예정이다. 한국판 뉴딜사업 등으로 늘어난 재정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여파로 세수가 줄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기업 실적 저하로 법인세가 급감할 것이 확실시되고, 자영업자들이 폐업에 내몰려 소득세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수십조원의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문 정부는 임기 동안 무리하게 재정을 끌어다 쓰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기대 문제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부채 상승 속도는 외면한 채 절대적인 수준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다는 주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OECD 회원국들의 평균 국가채무비율 110%(일본 225%)에 비하면 약 3분의 1로 낮은 수준이어서 재정여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다음 날인 20일에도 홍 부총리는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OECD도 코로나 대응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미국, 일본 등은 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년 간 복지 확대를 통해 부채를 늘려온 나라들"이라며 "우리는 재정을 확대한 게 2000년대 이후로 20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OECD의 재정확대 권고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비판도 있었다. 김 교수는 "OECD는 언제나 선진국이 재정을 늘려 다른 나라들도 반사이익을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OECD가 한국의 재정 정책을 칭찬한다고 해서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