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예산안 편성 막바지…이달말 마무리, 9월초 국회 제출
올해보다 8~9% 증가한 550조원대 예상…재정적자 확대 불가피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정부가 내년에도 확장재정 정책을 지속해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8~9% 증가한 55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과 경제활력은 물론 고용안전망 강화와 한국판 뉴딜, 수해복구와 재난재해 대응 등 재정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위축이 불가피한 상태에서 정치권과 정부의 ‘재정 의존증’이 확산하면서 대규모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누적이 불가피한 상태다. 내년에도 재정적자가 최소 40조~50조원에 달하면서 국가채무가 900조원에 육박해 국내총생산(GDP)의 45%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말까지 내년 예산안을 확정, 다음달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으로 막바지 편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는데 중점을 두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가전략인 한국판 뉴딜 지원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현 정부의 정책기조인 포용적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국민 대상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도 역점을 둘 계획이다. 코로나19를 비록한 감염병과 가뭄·수해 등 기후변화로 인해 갈수록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는 재난재해 대응 예산도 대폭 확충할 방침이다.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에 대비한 기초기술 연구개발 등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이번 주중 당정협의를 거쳐 예산안을 확정할 계획으로, 총 지출액은 올해 본예산 512조3000억원보다 8~9% 증가한 550조원대 중반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주 국회 기재위에 출석해 내년 예산 규모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내년까지는 재정이 역할을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올해 기조를 어느 정도 연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악화된 재정상황을 감안하되, 확장적 재정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재정 확장에 나섰다. 본예산 기준 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9.5%, 올해 9.1%로 2년 연속 9%를 웃돌았다. 올해는 3차례에 걸친 59조원 추경으로 총지출액(546조9000억원)이 지난해 본예산(469조6000억원)보다 16.5% 급증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 추경을 포함한 총지출액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잡되, 본예산 대비 증가율은 9% 이내로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내년도 세수 여건이 극히 불투명해 대규모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내년에 세금을 납부하는 법인세의 경우 코로나19 타격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돼 큰폭 감소가 예상된다. 부가세나 관세도 악화가 예상되고, 올해 세법개정을 통한 세수 증대효과도 거의 기대할 수 없다.
재정적자는 매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지난해 본예산 기준 재정적자는 37조6000억원이었지만, 실제 적자규모는 54조400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71조5000억원의 적자를 예상했지만, 3차 추경까지 편성하면서 111조5000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