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강남3구 매매대비 증여 거래 비율 45%로

세금 올리자 강남구 증여가 매매 추월

세금 올릴 때마다 고가주택 증여 급증

증여 주택 사실상 5년간 매물잠김

팔 사람 줄고 유동성 많아, 거래 줄어도 신고가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선 아파트 매매거래보다 증여가 더 많이 일어났다. 2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는 315건인 반면, 증여는 그보다 94건이나 많은 409건으로 집계됐다. 증여가 매매량을 역전한 것이다.

강남구를 비롯해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의 증여는 꾸준히 증가세다. 올들어 8월까지 강남구와 서초구·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서 지난달까지 아파트 증여 건수는 총 4106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12월까지의 증여건수 3130건보다도 1000여건이 많다.

정부가 고가 아파트 시장과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규제를 늘리는 동안, 파느니 물려주는 ‘부의 대물림’을 부채질 한 셈이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압박해 값을 낮춘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했지만, 높은 세금탓에 자녀나 배우자에게 물려주면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적고 가격도 쉽게 하락전환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파느니 물려주자’…강남3구 매매대비 증여 비율 절반 육박[부동산360]
정부가 증여취득세율을 대폭 올리자, 지난달 강남구에선 매매거래보다 증여가 더 많이 일어났다. 사진은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 전경 [헤럴드경제DB]

최근 3년간 강남 3구서, 아파트 증여만 1.2만 채

특히 지난달 나타난 무더기 증여는 증여취득세율 인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방세법 개정을 통해 조정대상지역 내 3억원 이상 주택 증여시, 취득세율을 3.5%에서 12%로 대폭 올렸다. 증여취득세는 증여세와는 별도로 내는 세금이기 때문에 실제 체감 세 부담은 더 크다.

실제 서초구 반포동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앞서 다주택 규제로 증여를 준비중이던 이들이 속도를 내 8월 초 증여를 끝냈다”면서 “여름 비수기에 증여 문의로 고객에게 법무사나 세무사를 많이 소개시켜줬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문재인 정부들어 강남3구의 매매거래는 크게 줄고 증여는 느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권 출범 초기인 2017년 이들 지역의 매매거래는 2만770건이 일어났으나 지난해에는 1만2839건에 그쳤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9115건으로 1만건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증여는 2017년 2041건에서 올해 4106건으로 크게 늘었다. 매매 대비 증여 거래를 비율로 살펴보면, 9.8%(2017년)에서 45.0%(2020년 8월 현재)로 더욱 극명해진다.

시계열적으로 보면 세금을 늘릴 때마다 증여가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18년 6월 강남구는 매매 대비 증여거래 비중이 645%로 치솟았다. 매매는 129건인데 증여가 무려 832건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발표되며, 과세표준 6억 이상인 주택에 대해 종부세율을 0.75%에서 0.85%로 올리면서 3주택자 이상, 6억원 초과 시 0.3%의 추가 과세까지 부여하자 대규모 증여에 나선 것이다.

‘파느니 물려주자’…강남3구 매매대비 증여 비율 절반 육박[부동산360]

증여 늘면 ‘매물잠김’, 강남 아파트 하락전환 쉽지 않아

증여가 늘면 팔 사람이 줄어든다. 증여받은 아파트는 5년 간 매도에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증여받은 날로부터 5년 이내 매도시 ‘취득가액 이월과세’로 증여받은 가액이 아니라 종전 증여자가 취득한 가액 기준으로 양도소득세가 계산된다.

고가 아파트 시장이 정부 바람대로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려면 값을 내린 매물이 쏟아져야 하는데, 사실상 최근 증여된 강남 3구 아파트 1만여채는 수년간 매물로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반면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많다. 입지가 좋은 고가 주택 밀집지역에서 거래가 줄어도, 성사되기만 하면 역대 최고가에 팔리는 이유다.

실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거래가 큰 폭으로 감소한 이달 9일에도 전용 84㎡가 35억9000만원 역대 최고가에 팔렸다. 또다시 3.3㎡당 1억원을 넘겨 팔린 것이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보유세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종부세는 보유하면서 나눠내는 것이고 양도세는 매도시 한꺼번에 내는 것이기 때문에 버티는 자산가가 아직도 많다”면서 “추석이 지나고 가을 성수기가 오기 때문에 하락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양도소득세 인하 등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 지역에서 20여년간 공인중개업을 이어온 A씨는 “은퇴한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보유세가 부담스러워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해, 자녀들에게 쪼개기 증여 등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팔고 싶은 사람은 팔고 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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