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막힌 새 집주인 사례 속속
“제도 변경과정에서 나타난 혼란은 죄송”
“국토부, 민원에 전화·팩스 꺼놓지 않았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매수한 새 집주인(매수인)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된 것에 대해 계약갱신청구권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장관은 2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제출한 법안대로 통과된다면 임차인(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이 형해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형해화란 내용 없이 뼈대만 남는다는 뜻으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은 매수인의 계약갱신 거부권이 인정될 경우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호하려고 도입한 계약갱신청구권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최근 김 의원은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했을 때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새로운 집을 사면서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이들은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버리면 기한 내 집을 팔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주담대를 받아 조정대상지역의 주택을 매입한 경우 6개월 이내에 해당 주택에 전입해야 하지만 기존 세입자로 인해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김 장관은 “임대차법 자체가 임차인 보호를 위한 민법의 특별법 성격을 가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임대차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매수인의 계약갱신 거부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김 장관은 “제도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이런 혼란을 겪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제는 제도가 바뀐 만큼 함께 과정들을 공유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대차법 관련 민원이 몰리면서 국토부가 민원 전화를 받지 않거나 팩스를 꺼놨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