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아파트 월세 지수 상승 올 들어 1.5%
은마아파트, 전세대란에 보증금 3~4억 올라
집주인 vs 세입자 갈등에, 정부 평가만 긍정적
입주물량 급감하는 내년까지 전세대란 이어질 전망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홍남기 부총리)
정부가 잇따라 임대차법 시행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전세품귀’로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내 임대차 시장의 특수한 지불방식인 ‘전세제도’는 월세를 낀 반전세 형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에 앞서 내놓은 갖가지 규제가 서로 맞물리면서 전세 대란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강남 아파트는 올 들어 월세 지수 1.5%가 올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는 A씨는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실거주 통보’를 받았다. 집주인은 같은 단지 내 또다른 아파트를 소유하고 실거주하고 있는데, 이번엔 A씨가 거주하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오겠다는 것이다.
4400여세대에 달하는 은마아파트는 현재 전세 매물이 1~2건 뿐이다. 매물이 없자 6억원 아래이던 전용 84㎡ 전세가는 호가가 9억원 중반을 넘어섰다. 단번에 3~4억원이 오른 셈이다.
일부가 월세인 반전세의 경우 지난달 21일 보증금 6억원에 월세 8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를 정부가 권한 전월세전환율 2.5%로 계산하면 전세보증금은 9억8400만원에 달한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자녀가 학생인 이들은 (학군 문제 등으로) 갑자기 전셋값이 올랐다고 예산에 맞춰 주거지를 옮기는 것은 어렵다”면서 “전셋값 오른 것을 월세로 부담하려는 이들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아파트월세지수를 살펴보면, 8월부터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가 갑자기 상승했는데 강남 11개구의 9월 상승률(전년말 대비)이 1.48%로 더 높았다. 지난해 말 대비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 상승률은 1.31%, 강북 14개구의 경우 1.14%였다.
서초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도 늘어난 세금이나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약화를 월세로 보전하고 싶어하지만, 세입자도 월세를 내고서라도 자녀교육이나 교통 등 문제로 살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시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사례를 일반화해 규제로 억누르다보니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집주인 vs 세입자 갈등 격화되는데, 정부는 ‘슬기롭게 해결하자’…
문제는 앞으로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6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슬기롭게 마음을 모으면 몇개월 뒤 전세 가격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갖가지 지표는 구조적인 전세난을 이야기 한다.
당장 내년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준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4만8758가구에서 내년 2만6940가구로, 경기권에서도 12만4187가구에서 10만1711가구로 2만여 가구 이상 감소한다. 전세난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국 겸임교수는 “서울에선 지난해까지 이어지던 송파 헬리오시티나 강동 그라시움·아르테온 같은 대규모 단지 입주가 당분간 없기 때문에, 전세시장 혼란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법 이외의 갖가지 규제가 복합적으로 전세대란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 받을 시 6개월 내 전입 ▷재건축 2년 실거주해야 입주권 부여 ▷양도소득세 감면 위한실거주 2년 의무화 ▷거주 기간에 따른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으로 시장의 전세 매물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면 분양가 규제로 나타난 ‘로또 청약’과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은 수요는 늘리는 정책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이 자연스럽게 선순환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도록 양도세 감면 등 퇴로를 열어줘야 매물잠김이 해소되고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전세 시장에 머무르던 수요가 자연스럽게 내 집마련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