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규제지역 되니…파주 매주 1%대 상승
지방 집값도 ‘들썩’, 창원서는 조정지역 요청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지난달 19일 경기 김포와 부산 5개구, 대구 수성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이를 피해간 주변 지역의 집값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는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규제가 덜한 지역에서도 신축이 몰렸거나 인프라·교통 개선 기대감, 학군 수요가 있는 지역은 더 빠른 속도로 달아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파주 아파트값은 지난달 30일 기준 1.38% 올라 전주(1.06%)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지난달 19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김포와 달리, 파주가 비규제지역으로 남게 되면서 매주 1%대 뛴 것이다. 김포의 상승률이 지난달 16일 2.73%에서 지난주 0.98%, 이번주 0.39%로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
사실상 수도권에서 유일한 비규제지역이라는 점은 파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 요인이라고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설명한다. 특히 신축이 많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과 3호선 연장 등 교통 호재가 있는 운정신도시에 투자수요는 물론 실수요가 몰리고 있다. 최근 전세난에 따른 중저가 매매 전환 수요가 유입되면서 아파트값도 뛰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파주 목동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GTX역 예정 부지 인근의 신축 호가가 2~3억원 가량 뛰었다”면서 “입주 10년차 안팎의 구축은 올해 중순부터 분양가를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선 규제지역 ‘옆 동네’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부산에서 해운대·수영·동래·남·연제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자 주변의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부전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등 교통 호재가 있는 부산진구(0.89%)는 일대에서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기장군은 이번주 0.80% 올랐는데, 이곳은 10월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변동을 보이던 곳이었다. 기장군 정관읍의 한 공인중개사는 “10월부터 신축 위주로 수요가 몰리면서 30건 이상 거래했다”며 “전용 84㎡ 기준으로 호가가 4000~5000만원 올랐고, 갭투자에도 3~4억원 정도가 필요해 바로 진입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은 남구가 지난주 0.96% 상승에서 이번주 1.36% 상승으로 오름폭이 커지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동구(0.55%), 북구(0.62%) 등에서도 상승폭이 커졌지만, 남구의 상승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부산이 조정대상지역이 되면 울산이 더 오를 것이란 말이 이미 시장에 퍼졌었고, 최근에는 서울에서도 내려와 계약한 사람들이 있다”면서 “남구가 학구열이 높아 아이를 기르기 좋다는 인식이 있고 백화점 같은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수요가 더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에선 성산·의창구의 아파트값이 지난달 9일부터 매주 1%대 뛰며 이 지역의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다. 부산 등 인근의 집값이 오르는 가운데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수요가 몰리면서 나타난 일이다. 상황이 이렇자, 경상남도는 지난달 29일 이들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풍선효과가 예상되는 데도 이어지는 규제지역 ‘뒷북 지정’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규제를 발표할 때마다 대체 수요지가 주목받는 풍선효과가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규제 일변도 정책의 한계”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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