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층간소음 시험시설 ‘데시벨 35 랩’ 방문
공공주택에 ‘층간소음 1등급 모델’ 설계 적용
민간 중소 건설사와 기술 요소 공유·기술 지원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쿵! 쿵!”, “…콩…콩”
지난 21일 찾은 세종시에 위치한 국내 최대 층간소음(바닥충격음) 시험시설 ‘데시벨 35 랩’.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년 3월 개관 예정인 이곳에선 시끄러운 층간소음을 ‘도서관에서 속삭이는 소리’처럼 조용하게 바꾼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데시벨 35 랩에서는 이른바 ‘발망치’로 불리는 발디딤 소음을 비롯해 러닝머신을 하거나 의자를 끌 때 생기는 소음의 수준을 층간소음 기술 등급별로 비교할 수 있었다.
가령 4등급 수준의 층간소음 기술이 적용된 아파트는 위층에서 55 데시벨(㏈) 수준으로 발생하는 발 망치 소음이 아래층에선 47~48㏈ 수준의 ‘쿵쿵’ 소리로 전달됐다. 반면 1등급 기술이 적용된 아파트에선 아래층에서 간헐적인 ‘콩콩’ 소리가 35~37㏈ 수준으로 들렸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 사이에선 “신경 써야 들리는 정도”란 평이 나왔다.
층간소음은 공동수준에서 뛰거나 걸어 발생하는 소음을 말한다. 슬라브에 바닥 충격이 가해지면 충격력이 진동으로 전환돼, 소음으로 전파된다. 등급별 소음수준은 4등급이 45㏈ 초과~49㏈ 이하로 일반적인 사무실 소리처럼 약간 불편한 수준이다. 3등급은 42㏈ 초과~45㏈ 이하, 2등급은 37㏈ 초과~41㏈ 이하 수준이다. 1등급은 37㏈ 이하로, 이는 조용한 도서관에서 속삭이는 소리처럼 아주 조용한 수준으로 인식된다.
데시벨 35 랩이란 기관 이름도 1등급 기준(37㏈) 보다 상향된 35㏈ 목표를 실현하겠단 뜻을 담았다. LH는 내년 하반기 설계에 들어가는 공공주택부터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보통 아파트 바닥 콘크리트 슬래브 위에는 소음을 흡수하기 위한 완충재와 난방배관을 설치하기 위한 몰탈이 시공된다.
LH는 1등급 기술 개발을 위해 9차례에 걸친 기술 실증, 총 1347회의 현장 테스트 등을 통해 자체 1등급 기술 모델을 마련했다. 바닥 두께를 21cm에서 25cm로 늘리고, 고성능 복합완충재를 시공하며 바닥 상부 몰탈 강도를 개선하는 게 골자다. 뉴홈 및 3기 신도시 공공주택 설계에는 슬래브 두께 25cm가 적용된다.
LH에 따르면 층간소음 기술 설계와 관련해 4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향 적용할 때 전용 59㎡ 기준 추가되는 공사비는 약 400만원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정운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1등급 구현에 따른 공사비 증가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자체적인 원가 절감을 위해 상세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같은 1등급 기술은 전면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신축 위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정 본부장은 “기축 주택에 대한 (층간소음) 부분도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현장에서 실증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민간에선 총 12개의 구조가 층간소음 1등급 기술로 인정받은 상태다. 다만 LH는 이를 공공주택 설계에 즉시 적용하기는 곤란하다고 보고, 공공주도 기술 개발 및 민간과의 기술 공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데시벨 35 랩은 자체 시험시설이 없는 중소기업에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건물 구조·환경에 따라 최적화된 고성능 소음저감 기술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험 공간의 구조(벽식, 라멘)와 슬래브 두께(15~25㎝)가 다양하게 조성한다.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신기술 인증과 기술 검증·확산이 빨라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더해 그간 개발한 층간소음 저감 기술요소와 시공법 등을 중소 민간 건설사와 공유하고 기술 지원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공공주택에서 층간소음 문제만큼은 반드시 잡겠다고 생각했다“며 ”내년부터 LH가 짓는 아파트에 1등급 기술을 적용하고, 공공주택에 대한 시각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