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배(가격)보다 배꼽(지원금)이 커요. 그냥 가져가세요”
LG전자 ‘LG벨벳’의 실구매가가 0원이 됐다. 제품가격보다 지원금이 더 커졌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선착순 무료 나눔’까지 내걸고 제품 ‘떨이’에 나섰다. 판매 부진이 지속되면서 출시 약 7개월 만에 굴욕적인 ‘0폰’이 됐다.
스마트폰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하락하지만, 프리미엄급폰에서 통신사의 공시지원금이 제품가격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출시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만큼 가격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LG유플러스는 18일 LG전자 ‘LG벨벳’의 공시지원금을 78만3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공시지원금의 최대 15%까지 받을 수 있는 추가지원금을 더하면 총 할인금액은 90만450만이다.
LG벨벳의 제품가격은 89만9800원이다. 지원금이 제품가격보다 650원 많다. 당연히 실구매가도 0원이다.
더 나아가 일부 대리점에서는 LG벨벳을 선착순으로 ‘무료나눔’하는 안내까지 등장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KT매장은 “크리스마스 선물 받아가세요. LG벨벳 선착순 무료나눔” 표지판을 내걸고 제품 떨이에 나선 상황이다.
LG벨벳은 지난 5월 15일 통신3사를 통해 정식 출시됐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겪고있는 LG전자가 ‘G,V시리즈’를 버리고 브랜드 대수술 후 처음으로 야심차게 선보인 제품이다.
후면 카메라를 세로로 배치한 ‘물방울 카메라’, 디스플레이 양 끝을 구부린 ‘3D 아크디자인’ 등으로 디자인에 승부수를 실었다. 80만~90만원대로 기존 프리미엄폰과 비교해 가격은 낮추고 성능은 프리미엄급을 유지하는 ‘매스 프리미엄폰’을 지향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판매 부진이 지속됐다. 앞서 통신사들은 두 차례 공시지원금을 상향하고 실구매가를 40만원대까지 낮췄지만, 아이폰12, 갤럭시노트20 시리즈 등 하반기 출시작들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