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대책서 ‘재건축 2년 실거주’ 해야 입주권, 관련법 국회 계류중
“조합 설립 앞두고 세입자 쫓아내…빈집 상태로 둔다”
집주인이 전입신고 후 공실로 두는 ‘사각지대’는 손 못 써
전세난 가중…‘결국 법 통과 못될 것’ 예상도 나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우리 옆집은 빈집입니다. 이 동네는 재건축 예정지로, 실거주 2년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세입자들이 쫓겨나고 있습니다. 아직 계획은 미정이지만 차익 기대감에 너도나도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있죠. 빈집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낡은 집에 실거주 할 생각은 없고 한 집 정도는 빈집인 채로 두어도 살 곳이 있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죠.”(국토교통부 여론광장 민원인 권모 씨)
29일 국회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원이 주택을 분양받으려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는 의무를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아직까지 소위 통과를 못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6·17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아파트는 2년 실거주를 해야만 입주권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법령 개정 전까지 조합 설립을 신청하는 단지들은 예외로 두자 압구정동, 개포동 일대 재건축단지들이 2년 실거주 의무 요건 적용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조합설립인가를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덩달아 상승했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나서도 법 통과가 미뤄지면서 현장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눈치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국토부 여론광장에 민원을 올린 권씨는 “정작 실거주를 목적하는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지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빈집 상태로 두는 일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재건축 예정단지들에서 전월세 매물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주택시장 전반적으로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실시로 기존 세입자가 더 살기로 하면서 회전율이 낮아졌는데, 여기에 집주인의 2년 실거주 의무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추진위 단계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76㎡(전용)의 경우, 지난해 7~12월의 전세 거래량이 101건으로, 188건이었던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46%가 감소했다.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도 지난해 7~12월의 전세 거래량은 65건으로, 90건이었던 2019년 동기 대비 27%가 감소했다. 최근 조합 설립을 마친 강동구 길동 삼익파크맨숀 62㎡도 16건에서 8건으로 50% 줄어들었다.
일각에선 2년 실거주 의무 관련 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만큼 세 낀 매물(재건축 예정 아파트)에 투자해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마포구 상암동의 A공인 대표는 “아무래도 (법이) 통과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소유자들은 대부분 재건축아파트에 거주하지 않고 있고, 낮은 전세에 임대를 준 상태인데 그 세입자들 다 내보내면 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도 “도시 한복판에 빈집이 늘어나는데 한쪽에서는 용적률을 높여 공급을 늘리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임대인이 자신이 2년 실거주를 하겠다며 임차인의 갱신권 사용 거절 후 주택을 공실로 비워둔 경우에는 임대차 보호법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국토부 설명자료에 따르면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 없이 ‘허위로’ 갱신 거절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위반에 따른 민법 제 750조 일반불법행위로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다만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집주인이 전입신고만 해두고 실제 기거하지 않는 ‘빈집’ 상태임을 지자체 차원에서는 확인해주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소명자료 준비부터 소송을 걸어 입증하는 것 모두 임차인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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