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대책서 ‘재건축 2년 실거주’ 해야 입주권, 관련법 국회 계류중

“조합 설립 앞두고 세입자 쫓아내…빈집 상태로 둔다”

집주인이 전입신고 후 공실로 두는 ‘사각지대’는 손 못 써

전세난 가중…‘결국 법 통과 못될 것’ 예상도 나와

“우리 옆집은 빈집입니다”…재건축 2년 거주 족쇄에 세입자 내보내 [부동산360]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얻으려면 집주인이 2년 실거주해야 한다는 6·17대책 이후 관련 법령이 해가 바뀌도록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애매한 상태에서 세입자를 내보내고 빈집으로 놔두는 집주인도 있다. 사진은 재건축 추진 중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단지 내 모습.[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우리 옆집은 빈집입니다. 이 동네는 재건축 예정지로, 실거주 2년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세입자들이 쫓겨나고 있습니다. 아직 계획은 미정이지만 차익 기대감에 너도나도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있죠. 빈집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낡은 집에 실거주 할 생각은 없고 한 집 정도는 빈집인 채로 두어도 살 곳이 있는 여유 있는 사람들이죠.”(국토교통부 여론광장 민원인 권모 씨)

29일 국회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원이 주택을 분양받으려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는 의무를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아직까지 소위 통과를 못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6·17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아파트는 2년 실거주를 해야만 입주권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법령 개정 전까지 조합 설립을 신청하는 단지들은 예외로 두자 압구정동, 개포동 일대 재건축단지들이 2년 실거주 의무 요건 적용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조합설립인가를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덩달아 상승했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나서도 법 통과가 미뤄지면서 현장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눈치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국토부 여론광장에 민원을 올린 권씨는 “정작 실거주를 목적하는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지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빈집 상태로 두는 일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재건축 예정단지들에서 전월세 매물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주택시장 전반적으로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실시로 기존 세입자가 더 살기로 하면서 회전율이 낮아졌는데, 여기에 집주인의 2년 실거주 의무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추진위 단계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76㎡(전용)의 경우, 지난해 7~12월의 전세 거래량이 101건으로, 188건이었던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46%가 감소했다.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도 지난해 7~12월의 전세 거래량은 65건으로, 90건이었던 2019년 동기 대비 27%가 감소했다. 최근 조합 설립을 마친 강동구 길동 삼익파크맨숀 62㎡도 16건에서 8건으로 50% 줄어들었다.

일각에선 2년 실거주 의무 관련 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만큼 세 낀 매물(재건축 예정 아파트)에 투자해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마포구 상암동의 A공인 대표는 “아무래도 (법이) 통과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소유자들은 대부분 재건축아파트에 거주하지 않고 있고, 낮은 전세에 임대를 준 상태인데 그 세입자들 다 내보내면 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도 “도시 한복판에 빈집이 늘어나는데 한쪽에서는 용적률을 높여 공급을 늘리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임대인이 자신이 2년 실거주를 하겠다며 임차인의 갱신권 사용 거절 후 주택을 공실로 비워둔 경우에는 임대차 보호법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국토부 설명자료에 따르면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 없이 ‘허위로’ 갱신 거절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위반에 따른 민법 제 750조 일반불법행위로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다만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집주인이 전입신고만 해두고 실제 기거하지 않는 ‘빈집’ 상태임을 지자체 차원에서는 확인해주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소명자료 준비부터 소송을 걸어 입증하는 것 모두 임차인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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