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아파트값 상승폭 축소된 반면
수도권은 상승폭 0.13%포인트 늘어
수도권 아파트 매수심리 역대 최고수준
대책 당시 우려됐던 ‘역풍선효과’
2·4공급대책 효과 나타날지 주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전국 37곳을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한 12·17대책이 나온 지 두 달이 지나면서 지방 주택시장은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다. 다만 서울·수도권에선 집값 상승폭이 되레 확대되며 지방 시장과 상이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여전한 상황에 서울·수도권으로 수요가 회귀하는 이른바 ‘역풍선효과’까지 더해지며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진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17 대책 이후 전국 아파트값은 2.22% 상승했다. 8주간 0.27% 전후의 높은 상승률을 꾸준히 유지한 것이다.
다만 서울·수도권과 지방을 나눠 살펴보면 2개월간의 집값 흐름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12·17대책 직전인 지난해 12월 둘째주 0.2% 오른 이후 상승폭이 꾸준히 확대되며 이달 둘째주 0.33%의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지방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변동률이 0.38%에서 0.22%로 상승폭이 0.16%포인트 줄었다. 정확하게 반대되는 흐름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8월부터 주간 변동률 기준 0.01~0.02% 선을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추가 규제가 예고됐던 지난해 11월 말부터 상승폭이 확대돼 현재 0.1% 안팎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수도권 아파트 매수심리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18.8로 조사를 시작한 2012년 7월 이후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방시장에는 12·17대책의 약발이 일단 먹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실상 전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주택수요가 다시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집값을 자극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대책 발표 당시 우려됐던 ‘역풍선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7일 경남 창원 의창구를 투기과열지구로, 부산·대구·광주·울산·파주 등 36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방 중대형 도시 아파트는 기대수익률이 기본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에 조정지역으로 묶이자마자 수요가 빠진 것”이라며 “대신 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규제 확대에 따른 수도권으로의 수요유입 효과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를 피해 전국을 돌며 아파트를 쓸어 담는 이른바 ‘원정대’식 투자자가 줄어든 데다 법인의 주택투자에 대한 세제가 강화돼 법인수요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방은 조정대상지역 지정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반면 수도권은 입주물량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매매 수요가 확대되며 집값이 올랐다고 봐야 한다”며 “최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개발호재가 부각되면서 화력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 4일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공급 확대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가 더뎌지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