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플의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 작품

디지털 작품 사상 역대 최고가…현존 작가 중에서도 세번째

“미술사의 변곡점”…크리스티서 NTF 작품 786억원에 낙찰
NFT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 이 작품은 11일(현지시간) 크리스티 경매에서 785억원에 낙찰됐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대체불가능토큰(NFT)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클 윈켈만)의 JPG 작품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달러(약785억원)에 낙찰됐다. 실물이 없는 디지털 작품으로는 최고 낙찰가이자, 현존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이번에 거액의 낙찰을 받은 작품은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이란 제목으로, 2007년부터 매일 온라인을 통해 올린 비플의 모든 작품을 콜라주한 작품이다. 크리스티는 이를 “디지털 미술사의 독특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작품의 경매는 지난달 25일 100달러로 시작해 경매 마감 직전까지만해도 낙찰 예상가가 3000만달러를 밑돌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입찰자가 몰리면서 경매가 약 2분가량 연장됐고, 결국 디지털 작품 사상 역대 최고가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최근 가산자산 시장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NFT는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만, 각각의 암호화폐나 디지털 콘텐츠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NFT 기술을 영상, 그림, 음악 등의 콘텐츠에 적용하면 콘텐츠를 만든 원작자의 서명과 함께 복제 불가능한 디지털 세계의 원작을 만들어낼 수 있어 콘텐츠의 희소성이 더욱 높다. 구매자는 수집품의 가치가 올라가면 온라인 거래소에서 이를 되팔 수도 있다.

다만 이번 경매를 바라보는 미술업계의 시선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NTF 작품이 초반부터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낙찰되면서,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토드 레빈 예술품 컨설턴트는 “(비플 작품의 경매를 보고)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역사적 변곡점을 목격하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면서 “한편으로는 NTF를 통한 막대한 자금들이 초기 시장을 왜곡하고 손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