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칼럼] 월 1회 ‘그린푸드데이’를

우리나라는 올해 1월 국제 신용평가사인 미국의 무디스가 발표한 국가별 ESG(환경·사회적책임·거버넌스) 신용영향점수 평가에서 독일, 스위스, 스웨덴, 싱가포르 등과 함께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탄소전환, 기후변화, 수자원관리, 폐기물 및 공해 등 환경 분야 세부 항목에서는 2등급을 기록했다. 환경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변화와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탄소 배출에 따른 지구온도 상승으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분야 중 하나가 농수산식품산업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의 결과 농어촌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농지가 유실되고 농산물의 주산지가 달라지며, 전에 없던 새로운 병해충과 잡초가 등장하는 등 농업 생산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수온 증가에 따라 해양생태계가 변화하고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수산업도 큰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국가별 차이는 있으나 평균적으로 농식품 관련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농축산업 직접 생산 9~14%, 농식품 배송·소비 등 생산 전후 과정 5~10%, 산림 및 기타 토지 이용 5~14% 등으로 추산된다. 이를 합산하면 농축산업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최대 38%에 이른다.

물론 농업 분야가 탄소배출뿐 아니라 이미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녹지와 토양, 자연생태계는 탄소를 흡수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환경보호, 생태계 보전, 수자원 확보, 지역사회 발전 등은 농업이 지닌 공익적 가치다.

우리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 ‘2050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려면 농식품 생산부터 유통, 소비 전반에 걸친 혁신과 실천이 중요하다. 탄소중립 실천 일환으로 한 달에 하루를 ‘에코그린푸드데이(Eco Green Food Day)’로 정해 전국의 기업과 가정 등에서 친환경 지역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을 제안한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유기농업은 일반농업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할 수 있다. 화학비료 제조 등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크게 줄이는 동시에 건강한 토양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지역농산물, 즉 로컬푸드 소비를 늘리는 것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탄소중립 노력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농산물을 많이 먹을수록 원거리 배송에 따른 탄소배출과 에너지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에코그린푸드데이가 일상생활 속에서 정착된다면 탄소감축 효과를 거둘 뿐만 아니라 환경의 소중함, 농업의 가치, 지역농산물의 우수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아프리카에 창궐하던 메뚜기떼가 인도, 파키스탄을 거쳐 중국까지 도착한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기후변화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코로나19 팬데믹처럼 전에 없던 새로운 바이러스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미국 국제개발처 연구팀은 각종 야생동물들의 체내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 중 인체에 전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 숫자도 80만~90만종 수준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삼림파괴로 인해 동물들의 서식지가 변화하면서 기존 동물서식지에 있던 바이러스들이 인간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계속되는 온도상승으로 빙하가 녹으면 그 속에서 예상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출몰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는 환경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장이다. 탄소중립을 향한 과감한 혁신 없이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도, 인류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서 지속 가능한 노력이 필요하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