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3차 반도체 회의 개최
“45일내로 재고·판매등 정보 제공”
삼성·TSMC 등 전방위 압박
삼성, 파운드리 투자 앞두고 부담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가 23일(현지시간) 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 사태 대응을 위한 세번째 화상 회의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반도체 공룡’을 겨냥해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업계 안팎에서 올해 4분기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의 둔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이 자국 투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면서 삼성전자 측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백악관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주관한 3차 반도체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에 따른 반도체 생산 차질 해결 방안 등이 논의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TSMC, 인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제너럴 모터스, 포드, 다임러, BMW 등이 화상으로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앞서 4월과 5월에 열렸던 백악관 회의에도 모두 참석한 바 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미국 측은 주요 반도체 생산 기업들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상무부가 참석 기업들에게 이번 반도체 부족 사태와 관련 투명성을 요구했다”면서 “(기업들에게) 앞으로 45일 이내로 재고와 주문, 판매 등과 관련한 자발적 정보 제출을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블룸버그는 “반도체 부족 사태와 관련한 체계적 대응을 명분으로 (미국 상무부가) 기업들에 내부 정보를 요구한 것인데, 다수 기업은 이러한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몬도 상무장관 역시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쇼티지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고 있고, 어떤 면에서 더 나빠지고 있다”면서 “지금은 더 공격적(more aggressive)으로 대응해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 요청과 관련 러몬도 장관은 “목표는 투명성 제고”라면서도 기업이 정보 제공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 대해 “거기까지 가지 않기를 바라지만 제재를 해야 한다면 그럴 것”이라고 압박성 발언을 이어갔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제재 방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를 장기적 목표로 설정하면서 민간 기업의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면서 “백악관 측의 정보 제공 요구는 삼성전자 등 업계 입장에서 보면 투자 확대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증설 투자 결정 등을 놓고 텍사스주를 비롯해 뉴욕·애리조나주 등 주정부 관계자들과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파운드리 투자 관련 별도의 공개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