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의 도우’ 웨이퍼

잉곳→절단→연마 과정

얇아지고 커지는 추세

출하량 최고기록 갱신

섬코, SK실트론 등 증설 나서

[8대공정 뽀개기] 바이든 손에 웨이퍼…반도체 공정 첫 단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12일(현지 시각)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대책 회의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를 손에 들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반도체 산업에 관심이 있다면 ‘8대 공정’을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24시간 365일 쉼 없는 생산 과정에서 수백 가지 공정을 거치는데, 간단하게 8단계로 나눈 것이 바로 8대공정입니다. 반도체 산업 및 투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8대 공정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데요. 8회에 걸쳐 반도체 8대 공정과 관련 제조업체들을 뽀개보겠습니다.

반도체 집적회로 생산은 반도체의 주요 재료인 실리콘으로 둥근 원판인 웨이퍼를 만들어서 거기에 회로를 새기고 제품에 맞게 자르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런 이유로 8대 공정 중 첫번째는 ‘웨이퍼 제조’입니다. 웨이퍼는 흔히 도화지, 피자의 도우로 비유되기도 할 정도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의 기본이 됩니다.

웨이퍼는 모래에서 추출한 규소, 즉 실리콘 등으로 된 기둥을 얇게 썬 원판입니다. 웨이퍼를 만드는 과정은 1)실리콘 기둥(잉곳)을 만들어서 2) 절단하고 3)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3가지로 나뉩니다.

실리콘을 반도체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순도를 높이는 정제 과정이 필요합니다. 실리콘 원료를 높은 열로 녹였다가 결정을 성장시켜 기동으로 굳히는데 이 기둥이 바로 ‘잉곳’입니다.

기둥 모양의 잉곳을 균일한 두께로 얇게 썰면 웨이퍼가 됩니다. 다이아몬드 톱을 이용하는데 관건은 균일한 두께로 써는 것이라고 합니다. 잉곳의 지름이 웨이퍼의 크기로 이어집니다. 150㎜(6인치), 200㎜(8인치), 300㎜(12인치) 등의 웨이퍼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절단된 웨이퍼의 표면을 거울처럼 매끄럽게 연마하면 웨이퍼 제조는 끝이 납니다. 절단된 웨이퍼의 표면이 거칠면 회로의 정밀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연마액과 연마 장비를 통해 웨이퍼 표면을 갈아냅니다.

웨이퍼는 갈수록 두께는 얇아지고 크기는 커지는 추세입니다. 얇을수록 제조원가는 줄어들고 클수록 한번에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칩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죠. 1970년대에 약 1~3인치였다면 현재는 12인치(300㎜)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200㎜ 웨이퍼는 생산성이 떨어져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사용량이 약 20%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들이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반도체라 최근 200㎜ 웨이퍼 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제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200㎜ 웨이퍼 생산능력을 2024년가지 전년 대비 17% 늘릴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웨이퍼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치는 향후 5년간 실리콘 웨이퍼 시장이 매출 기준으로 연평균 4.3% 성장할 것이며, 세계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129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SEMI도 지난 2분기 세계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이 35억3400만 제곱인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분기에 33억3700만 제곱인치로 세운 최고 기록을 한 분기만에 갱신하기도 했습니다.

웨이퍼 제조업체는 신에츠, 섬코, SK실트론, 글로벌웨이퍼스 등이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신에츠와 섬코의 시장점유율이 약 5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3위 업체인 대만의 글로벌웨이퍼스가 지난해 12월 4위 업체인 독일의 실트로닉을 인수한다고 발표하며 점유율 2위 업체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5위 업체는 한국 유일의 웨이퍼 생산업체인 SK실트론입니다. SK실트론은 2017년 LG실트론을 인수하며 사명을 바꿨습니다. 최근 충북 청주에 12인치 웨이퍼 생산시설을 짓기로 결정한 데 이어 미국 미시간주에도 실리콘카바이드(SiC) 생산시설을 짓기로 했습니다.

웨이퍼 수급 부족이 예상되면서 업체들은 잇따라 생산 확장을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닛케이는 4일 섬코 역시 약 20억달러를 투자해 300㎜ 웨이퍼 생산라인을 증설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