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지 절반 이상 포화상태로...
처리 갈등에 소각장은 님비 현상
“두 집 건너 한 집 꼴로 암환자가...”
‘소각장 마을’로 불리는 충북 청주 북이면 주민들의 최근 최대 화두는 암환자다. 이 지역에서는 10년 새 주민 60여명이 잇따라 폐암 등 암에 걸려 숨졌다. 지난해 기준 당국 관리를 받고 있는 암환자도 47명이다.
주민들은 인근 소각장을 암 발병 원인으로 지목한다. 20년 전부터 3개 폐기물 소각장이 생기면서 매일 500톤 이상의 폐기물이 소각되고 있다. 일대에는 10여개의 폐기물 업체도 있다. 이곳에 많은 폐기물 처리업체가 몰린 것은 환경규제 때문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1994년), 수도권대기환경개선 특별법(2003년) 등 수도권 환경규제가 강화되자 별다른 제재가 없는 지역으로 소각장이 몰려온 것이다. 땅값도 저렴해 업체 입장에선 이익이다.
청주에 ‘소각장 마을’이 있다면 인천 서구에는 ‘쇳가루 마을’로 불리는 사월마을이 있다. 1㎞ 떨어진 곳에 전국 최대 매립지인 수도권 매립지가 있고, 인근에 폐기물 처리업체 등 공장이 200여개가 넘어 ‘쇳가루가 날린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2019년 주거 환경이 매우 위험해 환경부로부터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주민들은 집도 팔리지 않아 이주도 못한 채 고통을 호소한다.
이들 지역서 처리되는 폐기물 대부분은 서울, 경기 등 외지에서 온 것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낸 ‘폐기물처리시설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중장기 발전방안’에 따르면, 서울은 생활폐기물의 27.1%, 사업장폐기물의 81.8%를 매립해 처리하고 있다. 서울엔 폐기물 매립지가 없기 때문에 모두 외지로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폐기물 처리시설이 없는 지역의 시민들이 무심하게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한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15개의 쓰레기 매립지가 있는데, 이중 65개는 2025년까지, 55개는 2030년까지 포화할 것으로 보인다. 절반 이상의 매립지가 포화하게 됨에 따라 전국에서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인천시는 수도권 매립지 포화를 이유로 2026년부터 서울과 경기도 폐기물을 더는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울 등은 포화시점이 2030년 이후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인천시는 강경한 입장이다. 머지 않아 수도권에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과 울산은 각각 1곳씩 매립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10년 뒤면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광주는 남구 매립장에서 생활폐기물을 모두 처리하고 있는데, 내년 9월 새 구역 조성이 완료되기 전에 현재 사용 중인 구역이 포화할 전망이다. 강원도는 폐기물 매립지 24곳 중 75%에 달하는 18곳이 2031년이면 포화상태가 된다. 충남도 2031년까지 매립지 15곳 중 7곳이 포화한다.
이에 쓰레기 중 합성섬유나 종이, 목재 등의 가연성 물질을 선별해 파쇄·건조해 연료로 재활용하는 고형폐기물연료(SRF)가 주목받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역시 소각장을 꺼리는 님비 현상으로 확산이 더딘 상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72곳이던 SRF 처리시설이 지난해 67곳으로 줄었다. 경북 김천, 전남 나주·영광 등에서 SRF 시설을 세우려다 주민 반발 등으로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 김성훈 기자